실력에 스타성까지 갖췄다… 전세계가 열광하는 K전사

입력 2024-08-02 10:21 수정 2024-08-02 11:16

허리춤에 찔러 넣은 손, 정갈하게 쓴 볼 캡, 총구를 내려놓을 때의 무심한 표정. 액션 영화 주인공 못지않은 사격 선수의 움직임에 온갖 ‘짤’과 ‘팬아트’가 생성된다. 2024 파리올림픽 한국 사격 국가대표 김예지(31·임실군청)의 얘기다. 실력은 물론이고 스타성까지 겸비한 태극전사들이 해외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전 세계 SNS를 달구고 있다.

김예지는 3일(한국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여자 사격 25m 권총 부문에 출전한다. 그는 대회 전부터 대표팀의 유력 금메달 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이번 금메달 도전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김예지가 은메달을 딴 여자 사격 10m 공기권총 부문 결승에서 이미 전 세계 팬들이 그에게 ‘입덕’했기 때문이다.

이미 김예지의 대회 영상을 나노 단위로 쪼개 나온 게시물들이 SNS상 여기저기에 퍼져있다. 이 중 가장 많은 조회 수를 기록한 영상은 무려 5000만뷰를 넘어섰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역시 댓글로 “액션 영화에 섭외해야 한다. 연기도 필요하지 않다”고 거들었다. ‘존 윅’, ‘레옹’ 등 액션 영화를 모티프로 삼은 팬아트도 쏟아졌다.

경기장 안팎에서 접한 김예지의 실제 모습이나 올림픽 무대를 밟기까지 그의 도전 과정도 영화의 서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약 10년 전 심각한 어깨 부상으로 은퇴까지 고민했던 김예지는 1년간의 재활 끝에 어렵사리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후 쭉 승승장구했다. 지난 5월 국제사격연맹(ISSF) 월드컵 25m 권총 종목에선 42점으로 세계신기록과 함께 금메달을 거머쥔 뒤 이번 올림픽 여자 10m 공기권총 종목에선 은메달을 따냈다.

큰 무대를 두려워하지 않는 성미 또한 주인공의 그것이다. 서른 살을 넘은 다소 늦은 나이에 생애 첫 올림픽을 경험하는데도 떠는 법이 없다. 올림픽을 앞두고 진천선수촌 등 여러 현장에서 만날 때마다 김예지는 한결같이 금메달을 약속해왔다. 어떻게 그렇게 확신할 수 있냐는 물음에 그는 “저 말고 금메달을 딸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금메달은 제 것”이라고 못 박아 말하곤 했다. 답변하는 내내 그의 목소리에는 일말의 농담도 묻어나지 않았다.

오상욱이 31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 결승 헝가리와의 경기에서 경기 중 땀을 닦고 있다. 파리=윤웅 기자

펜싱 오상욱 역시 파리올림픽 이후 부쩍 인기가 늘었다. 이미 많은 국내 팬들을 보유하고 있긴 했지만, 이번 올림픽을 기점으로 그 영역을 더욱 넓혔다. 남자 사브르 개인전과 단체전 2관왕을 차지한 압도적인 실력에 뛰어난 외모까지 갖춰 해외 팬들이 대거 유입됐다. 오상욱의 사진과 함께 “내가 올림픽을 보는 이유”라고 포르투갈어로 쓰인 게시물은 3일 만에 23만 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기도 했다. 늘어난 인기를 증명하듯 대회 중 현재 그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게시물에는 영문으로 적힌 댓글이 가득 달려있다.

경기장에서도 오상욱의 존재감은 분명했다. 지난 1일 남자 사브르 단체전 현장에서는 대표팀 에이스 오상욱이 들어설 때마다 상대 팀 관중들은 눈에 띄게 긴장하곤 했다. 국내 취재진이 그의 인터뷰를 위해 둘러쌌을 때도 외신 기자들과 대회 관계자들의 흘깃거리는 시선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었다.

파리=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