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터넷 커뮤니티에 ‘베네수엘라 시위’에 빗대 중국의 권위주의 체제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글들이 일부 올라왔다. 중국에선 체제 비판이 엄격히 금지돼 있다.
미국의소리(VOA)는 최근 중국 네티즌들이 베네수엘라 대통령 선거와 시위 관련 뉴스를 이용해 중국 체제를 재치있게 비판한다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에선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선거 종료 6시간 만에 승리를 선언하자 노골적인 부정선거라며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한 네티즌은 웨이보에 “아직도 대선을 치른다고는 상상도 못 했다”는 글을 남겼고 다른 네티즌은 “세계에서 대선을 치르지 않는 나라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라고 답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왜 아직도 선거를 하는가. ‘전 과정 민주주의’를 시행하지 않았나 보다”며 비꼬는 글을 올렸다. ‘전 과정 민주주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9년 처음 제안한 개념이다. 중국은 ‘전 과정 민주주의’가 서구식 민주주의보다 포괄적이며 우월한 민주주의 체제라고 선전해왔다.
베네수엘라의 시위대를 지지하는 글들도 올라왔다. “자신의 권리는 스스로 쟁취하고 지켜야 한다” “시간문제일 뿐이다. 국민이 계속 속을 수는 없다” 등이다.
반면 중국 정부는 부정선거 의혹에도 불구하고 마두로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하고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29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베네수엘라가 순조롭게 대통령 선거를 치른 것을 축하하고, 마두로 대통령이 순조롭게 선거에서 이겨 연임한 것을 축하한다”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30일 마두로 대통령에게 축전을 보내 “외부 간섭에 반대하는 베네수엘라의 대의를 지지한다”며 대선 승리를 축하했다.
영국의 연구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발표한 2023년 ‘세계 민주주의 지수’에 따르면 베네수엘라는 약 170개 국가 및 지역 중 142위를 차지했다. 중국은 148위였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