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시대 에버랜드가 살아남는 법

입력 2024-08-03 17:01 수정 2024-08-03 17:01
에버랜드 화이트 트로피컬 가든 전경.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제공

에버랜드가 정원 콘텐츠와 지식재산권(IP)을 중심으로 사업 다각화에 힘쓰고 있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 충격에 대응해 성인층의 구매력을 공략하는 것이다.

저출산은 레저시설 이용객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 장래인구 추계에 따르면 2020년 674만명이었던 학령인구는 올해 611만명으로 줄어들었으며, 2035년에는 413만명까지 감소할 전망이다. 놀이공원의 주 이용층은 초·중·고교생이었는데 갈수록 학생 수는 줄고 있다. 교사들이 업무 부담을 호소하며 일선 학교에서 현장 체험학습을 자제하고 있는 것도 에버랜드 입장에서는 아쉬운 대목이다.

에버랜드는 대신 ‘어른이’를 공략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꽃’을 좋아하는 중장년층을 위한 정원 콘텐츠 강화다. 지난 7월 시작한 여름 축제에서는 1만㎡ 규모 정원에 화이트코스모스, 수국과 같은 여름 식물과 함께 열대 관엽식물을 전시하고 있다. 조경학 박사 학위를 가진 이준규 식물콘텐츠그룹장이 유튜브를 통해 직접 식물 정보를 전달하는 ‘꽃바람 이박사’ 연재도 다시 시작했다. 에버랜드의 전신이 장미원 등이 주축이었던 ‘용인 자연농원’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처음의 방향성으로 돌아가는 셈이기도 하다.

성인층 관람객 공략을 위해 과감한 분리 전략도 실험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전체 시설이 아니라 장미원, 포시즌스가든, 동물원 등만을 이용하고자 하는 고객을 위해 자유이용권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가든패스’를 판매했다. 가든패스 이용자를 위한 전용 출입구도 운영하며 이용 편리성을 높였다. 식물원과 놀이기구를 공간적으로 분리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튤립축제에 전시된 캐릭터 '쿠로미'.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제공

월트 디즈니처럼 에버랜드도 IP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6월까지 진행된 튤립 축제에서는 산리오캐릭터즈와 협업해 헬로키티, 쿠로미 등의 인기 캐릭터를 정원 곳곳에 전시하고 굿즈를 판매했다. 에버랜드 동물원에서 키우는 판다 가족인 ‘바오패밀리’를 소재로 한 팝업스토어를 열거나 레서판다를 캐릭터로 만든 ‘레시앤프렌즈’의 굿즈를 제작하는 등 자체 IP 캐릭터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는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삼성물산이 지난달 31일 발표한 2분기 실적에서 레저 부문의 매출은 24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8% 늘었다. 지난 6월 주말마다 비가 내리고 인기 판다 푸바오가 4월 3일 중국으로 반환되면서 방문객 감소를 우려했던 에버랜드 입장에선 선방한 결과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