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현대엔지니어링에서 근무하고 있는 나는솔로 20기 영호(가명)입니다. 정숙(가명)님의 마음을 사로잡은 미역국 레시피 지금 헥님 채널에서 단독 공개하겠습니다.”
지난 6월 건설회사 현대엔지니어링 인스타그램 계정 ‘헥님’에 동영상 하나가 올라왔다. 현대엔지니어링 직원이 인기 방영 프로그램 ‘나는솔로’에 나와 유명세를 타자 해당 프로그램에서 언급됐던 미역국 조리법을 직접 공개한 것이다. 60초 분량의 짧은 동영상은 누적 조회수 478만회를 기록 중이다. 댓글만 2000개 가까이 달렸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건설회사다 보니 사내에서는 회사를 보수적으로 보는 시각을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고민이 많다”며 “영호(가명)씨가 유명세를 타면서 동영상을 기획해보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나와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기업들이 이미지 쇄신을 위해 SNS를 통한 홍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남초’ 회사에서 강하게 나타난다. 조직문화를 중시하는 MZ세대가 군대식 문화와 수직적 분위기 이미지를 가진 회사를 기피할까 우려해서다. 한 철강 업계 관계자는 “SNS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는 입사 지원자들이 회사 이미지를 잘 파악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전했다. 홍보 채널로 주로 쓰이는 SNS는 인스타그램이다. MZ세대 이용자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다른 업계와의 협업도 활발하다. 조선회사인 HD현대마린솔루션은 직장인 출근룩(look) 콘텐츠를 올리는 인스타그램 채널 ‘패션상사’에 직원들의 다양한 출근 복장을 공개했다. 해당 게시글에는 “HD현대마린솔루션은 MZ세대가 80%에 달할 정도로 젊은 조직”이라면서 “전사 맥주 축제·변화 관리자 CA 조직 등을 운영하며 역동적이고 유연한 기업문화를 만들고 있다”고 소개했다.
인스타그램에는 대표이사와 함께 ‘셀카’를 찍은 사진이 올라오기도 한다. 지난 19일 HD현대중공업 인스타그램에는 “사장님 이거 다 계산해주세요”라는 말과 함께 이상균·노진율 HD현대중공업 대표들이 각각 직원들과 회식하는 사진이 올라왔다. 유연한 조직 분위기를 보여주는 데 이 사진 한장으로 충분했다는 내부 평가가 나온다. HD현대중공업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사내 서핑 동호회를 소개하기도 한다. 서핑은 최근 젊은 세대에서 뜨겁게 떠오르고 있는 취미 중 하나다.
각 회사들은 수평적 분위기를 선호하고 조직 문화를 중요시하는 MZ세대 유능한 인재들이 자사 SNS를 통해 간접적인 회사 문화 체험을 통해 거부감을 없애길 바라고 있다. HD현대 관계자는 “젊고 유능한 인재를 유치하는 것은 기업 경쟁력과도 직결돼 있다”며 “SNS를 통해 기존에 퍼져있던 이미지를 깨고 트렌디한 조직 문화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