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이웃 위해 망치질…한국해비타트 건축현장 체험기

입력 2024-08-01 15:42 수정 2024-08-01 16:50
박윤서 기자가 1일 한국해비타트 '2024 한국번개건축' 현장에서 망치질을 하고 있다. 한국해비타트 제공

1일 오전 10시도 채 되지 않았지만 평균 기온은 33도, 휴대전화에선 요란한 폭염경보가 울렸다. 얼굴이 바짝 타버릴 것 같은 날씨에 충남 천안 석교교회(임상용 목사) 건축 현장은 안전모와 목장갑을 낀 봉사자들로 가득했다. 이들은 서툰 실력으로 못질을 했다. 기자도 수고하는 이들 ‘땀의 분담’에 거들고자 5조에 합류했다.

안전모를 챙겨 도울 것이 없나 현장을 기웃거리다 겨우 망치를 받아 들었다. 목재에 꽂힌 못을 향해 망치를 내리쳤지만 손을 칠 것 같은 두려움에 탕탕 소리만 요란한 못질을 했다. 망치질을 시작한 지 10분이 지나자 이마에서 안전모를 뚫고 땀방울이 흘렀다.

작업을 시작한 지 50분이 되자 봉사자들의 얼굴에는 송골송골 땀으로 가득 찼고 기자의 검은 바지에도 건축 자재로 인한 하얀 먼지가 잔뜩 묻어있었다. 못질 작업 한쪽에서는 목조주택 외벽 마감을 위해 ‘시멘트사이딩’을 옮기는 작업이 이뤄졌다. 봉사자와 함께 3m가량 되는 시멘트사이딩을 호흡에 맞춰 들었다. 길고 얇지만 무거운 외벽 마감재를 드는 일은 쉽지 않았다. 앞사람의 걸음을 따라가지 못하거나 걸음이 꼬일 때는 마감재가 부러지기도 했다.

김현승씨(왼쪽)와 박윤서 기자가 외벽 마감재인 시멘트사이딩을 들고 있다. 한국해비타트 제공

이날 100여 명의 봉사자들은 한국해비타트의 ‘2024 한국번개건축(KBB)’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모였다. 코로나 이후 5년 만에 재개된 이번 행사는 봉사자들과 함께 무주택 신혼 가정 16세대를 위한 주택 건축을 목표로 한다. 1일부터 3일까지 진행하는 행사에 총 300여명의 봉사자가 합력하며 작업자 중 입주할 신혼 가정이 포함된다는 점은 더욱 의미가 있다.

5조에서 함께 작업한 김현승(28)씨가 “이번 해비타트 주택에 입주할 신혼 가정입니다”라고 소개하자 조원들은 “축복한다. 축하한다”며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김씨는 “내 집을 짓는 건축 현장에 투입되면서 내 집뿐 아니라 이웃의 집을 지을 수 있어 기쁘다”며 “내 주변에 함께할 누군가가 살 집이라고 생각하니 애정을 갖고 작업하고 있다”고 전했다.

KBB 봉사자들이 1일 건축 봉사 현장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6월 말 KBB 건축 초기 단계부터 참여한 김씨는 집을 만드는 데 필요한 수고와 노력을 되새기게 됐다. 모태신앙인 그는 “내 집을 갖게 해달라고 기도한 적은 없다”면서 “건축 과정에 투입돼 일하면서 집 없는 이들에게 터전을 만들어주는 마음이 얼마나 귀한지 알게 됐다. 이 사업이 계속될 수 있길 기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2000년 한국해비타트 KBB가 생기기 전부터 해외 봉사 활동인 ‘해비타트 글로벌 빌더’였던 대선배를 만나기도 했다. 김은진(46)씨는 1997년 대학교 1학년 때 시작으로 지금까지 해비타트에 애정을 갖고 후원과 참여를 하고 있다. 김씨는 “내가 해비타트 봉사를 얼마나 기다린 지 모른다”며 “사랑은 실천하는 것이다. 즐겁게 봉사하면서 이웃에게 사랑 나눔을 전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다”고 거듭 말했다. 그의 등판은 땀으로 얼룩졌지만 이웃 사랑에 대한 마음은 깨끗함이 엿보였다.

천안=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