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가 야간과 휴일 시정 상황을 인공지능(AI)을 탑재한 로봇에게 모두 맡긴다.
특·광역시 중 처음으로 당직제를 폐지하고 24시간 근무하는 로봇을 당직 데스크로 발령해 행정 능률 향상을 꾀한다.
시는 1일부터 AI 시대에 발맞춰 ‘AI 당지기’를 당직 데스크에 배치해 근무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전담 인력을 추가 확보해 24시간 재난안전상황실은 지속해서 운영한다.
시는 야간·휴일에 접수되는 당직 민원 대부분이 긴급 처리가 필요하지 않은 단순 민원·다른 기관 이첩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공무원들이 번갈아 맡는 야간 당직의 경우 다음 날 해당자 휴무에 따른 업무 공백의 문제점이 제기돼왔다.
실제 지난해 당직 민원 접수 현황은 총 1592건으로 하루평균 4건에 불과했다. 이 중 86%(1376건)는 교통, 술 취한 사람 불편 등 단순 민원이었다.
시는 직원 3∼4명의 공직자가 일·숙직 당직 근무를 한 뒤 다음 날 휴무하는 게 행정력 낭비라고 판단했다고 로봇 당직발령의 배경을 밝혔다.
시는 이 같은 문제점을 덜기 위해 당직제를 혁신적으로 개선했다. 대신 24시간 운영되는 재난안전상황실에 당직 전담 인력을 추가 배치해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기로 했다.
단순·이첩 민원의 효율적 처리를 위해 특채한 AI 음성 로봇 ‘당지기’는 음성 통화나 보이는 ARS로 민원을 자동 접수한다.
이후 5개 자치구, 종합건설본부 등 해당 민원 처리기관을 연결하거나 담당 부서에 전달하는 역할을 맡는다.
당직 근무 폐지는 관행적 업무에 대해 직원들과 지속적 소통을 통해 개선방안을 도출한 AI 시대 혁신사례로 꼽힌다. 이에 따라 다른 지자체의 벤치마킹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시는 당직제 폐지 첫날인 1일 오전 강기정 시장과 마지막 당직 근무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시청 1층 당직실 앞에서 ‘당직, 뜨거운 안녕’이라는 조촐한 행사를 했다.
시는 지난 2년여간 당직제 존속 여부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AI 당지기라는 결과물을 도출했다.
강 시장은 이날 마지막 근무자들과 소회를 나누고 그동안 노고를 격려했다.
시민안전을 위해 수십 년간 성실히 당직 업무를 수행한 공직자들의 노고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노란색 월급봉투에 담아 당직 수당으로 전달했다.
이후 시청 재난안전상황실을 찾아 AI 음성 로봇인 ‘당지기’ 시연 등 통합 당직 준비사항을 확인하고 근무자들에게 당직 민원 처리와 재난·안전 대응업무 철저 이행을 당부했다.
강 시장은 “효율적 업무 처리를 위한 AI 당지기 배치는 조직의 작은 변화에 불과하지만, 공직자의 존재 이유인 시민 행복과 광주의 더 큰 변화를 위한 의미 있는 발걸음이자 혁신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