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용’이라더니…불법시술하는 외국인에게 보톡스 팔아넘겨

입력 2024-08-01 14:53 수정 2024-08-01 15:00
지난해 12월 서울 강북구 소재 베트남인 피의자 C씨의 불법 성형시술소 모습. 오른쪽 사진은 지난 4월 경기도 성남 소재 무허가 의약품 판매업체 대표 A씨의 사무실 모습. 서울경찰청 제공

수출을 목적으로 구매한 보톡스 등 미용 의약품을 국내에 불법 유통한 일당이 대거 검거됐다. 이들로부터 의약품을 구매해 국내에서 불법 성형시술을 한 외국인들이 적발되면서 일당도 덜미가 잡혔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1일 의약품을 불법 유통한 혐의(약사법 위반)로 무허가 의약품 판매업체 대표 A씨와 의약품 도매상 B씨 등 44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 베트남인 C씨(구속) 등 7명도 함께 경찰에 붙잡혔다. C씨를 제외한 나머지 50명은 2일 불구속 송치할 예정이다. 앞서 C씨는 지난 6월 서울중앙지법에서 1심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국외 추방됐다.

A씨는 지난 2022년 5월부터 지난 4월까지 의약품 도매상 B씨 등으로부터 94억원 상당의 의약품을 구매 후 불법 유통한 혐의(약사법상 무자격 판매)를 받는다. 도매 판매 등록을 하지 않은 27명도 약사법상 무자격 판매 혐의가 적용됐다. 도매 판매상 16명은 약사법상 판매질서 교란 행위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탈세 등을 목적으로 구매한 의약품을 서로 간에 팔고 사는 행위를 반복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지난 4월 경기도 성남 소재 무허가 의약품 판매업체 대표 A씨의 사무실에서 압수한 의약품들. 서울경찰청 제공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일당은 수출 목적으로 위장해 보톡스와 주름개선제 마취크림 등 24개 미용 관련 의약품을 거래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지난 4월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A씨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해당 품목 7561개의 의약품을 압수했다.

A씨 등은 의약품 국내 판매는 약사법상 자격이 제한돼 있지만, 수출목적 의약품 취급에 별다른 규제가 없는 점을 악용했다. 한국무역정보통신에 수출 계약서를 올리면 이를 근거로 의약품의 개수 제한 없이 구매가 가능했다.

베트남 국적인 C씨는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서울 강북구 소재 주택에서 ‘○○스파’라는 상호로 뷰티샵을 운영하면서 불법 성형시술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C씨는 보톡스 시술 등을 통해 회당 15만~20만원을 받고 수억원대의 수익을 냈다. 또 수강생을 모집해 성형 기술을 가르쳤는데, 이를 배운 외국인 6명이 별도 업소를 차려 불법 성형시술을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경찰의 적발 이후 의약품 도매업을 신고해 국내 의약품 유통을 계속해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의료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무면허 의료행위와 의약품 불법 유통행위에 대한 단속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겠다”고 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