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해리스, 흑인 맞냐”…인종의혹 제기

입력 2024-08-01 07:16 수정 2024-08-01 07:18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흑인 기자 초청 토론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겨냥해 “흑인이 맞느냐”며 인종 정체성 의혹을 제기했다. 자신에게 압박 질문을 한 기자를 면전에서 비난하며 모욕을 주기도 했다. 트럼프 측은 유색인종 유권자에게 다가가기 위해 토론에 응했지만, 논란만 일으키며 역효과를 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시카고에서 열린 전미흑인언론인협회(NABJ) 초청 토론에서 “그녀(해리스 부통령)는 항상 인도계 혈통이라고만 홍보해 왔다. 나는 몇 년 전 그녀가 우연히 흑인으로 변신하기 전까지는 흑인인 줄 몰랐다”고 말했다. 또 “이제 그녀는 흑인으로 알려지긴 원한다”며 “그래서 그녀가 인도계냐 흑인이냐, 나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는 양쪽 모두 존중하지만, 그녀는 명백히 아니다. 그녀는 항상 인도계였는데 갑자기 흑인으로 돌아섰다”며 “누군가 이 문제를 들여다 봐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 인종 문제를 거론하자 관중석에선 야유가 터져 나왔다. 해리스 부통령은 오래전부터 “나는 흑인으로 태어났고, 흑인으로 죽을 것이다. 흑인인 게 자랑스럽다”며 자신의 흑인 정체성을 여러 차례 언급해 왔다고 외신들은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는 협회 소속 일부 기자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 초청에 강하게 반발하며 시작부터 긴장이 감돌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나는 에이브러햄 링컨 이래로 흑인을 위한 최고의 대통령”이라고 자랑했을 땐 관중석에서 한탄 소리가 나왔고, 일부는 헛웃음을 지었다. 불법 이민자나 사법 리스크 등과 관련한 가짜 주장을 반복할 때 일부는 “거짓말이다” “부끄러움이 없느냐”고 소리쳤다.

토론회 긴장은 질문자로 나선 ABC 뉴스의 레이첼 스콧 기자와 설전을 벌이면서 최고조에 달했다. 스콧 기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흑인 검찰을 모독하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출생지에 대해 가짜 의혹을 제기한 점 등을 지적하며 “왜 이런 말을 한 사람을 흑인 유권자가 믿어야 하느냐”고 질문했다. 그러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인사 한마디 없이 이렇게 끔찍한 질문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ABC 출신이냐. 나는 그들이 끔찍한 가짜뉴스 방송이라고 생각한다”고 비난했다. 또 “좋은 의도로 나왔는데 부끄러운 일”이라며 “아주 무례한 소개”라고 화를 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밀문건 유출 및 불법보관 혐의에 대한 형사기소와 관련해선 “(조) 바이든도 같은 혐의로 조사를 받았지만, 그가 재판을 받을 능력이 안 돼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그런데도 그는 여전히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누구든 대통령 후보로 나서려는 사람은 인지력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미 두 번이나 받았고 우수하게 통과했다”며 “해리스에게도 인지력 검사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알지 모르겠는데, 사실 전달 차원에서 그녀는 변호사 시험에 떨어졌었다. 인지력 시험도 통과하지 못할 수 있다”고 인신공격을 했다.

이날 토론은 1시간 동안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35분 만에 끝내고 나갔다.

해리스 캠프는 “트럼프는 이미 미국을 통합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했기 때문에 우리를 분열시키려 하고 있다”며 “이날 폭언은 트럼프가 선거 운동 기간 내내 보여줬던 혼란과 분열의 맛보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도 “그가 한 말은 역겹고 모욕적이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