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싱 남자 대표팀이 2024 파리올림픽 사브르 단체전에서 우승하며 대회 3연패를 달성한 가운데 결승전에서 맹활약을 펼친 ‘히든카드’ 도경동(24·국군체육부대)에게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당초 오는 10월 전역 예정이었던 도경동은 ‘셀프’ 조기 전역하게 됐다.
오상욱(27·대전시청) 구본길(35·국민체육진흥공단) 박상원(23·대전시청) 그리고 도경동으로 구성된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3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단체전 결승에서 헝가리를 상대로 45대 41로 승리했다.
이날 승부의 분수령은 7라운드였다. ‘에이스’ 오상욱이 다소 흔들리며 30-29로 6라운드를 마친 뒤 한국은 구본길을 도경동으로 교체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개인전 출전권은 없는 단체전 후보 선수였던 도경동의 이번 대회 처음이자 마지막 출전이었다.
도경동은 기대를 뛰어넘는 맹활약을 펼쳤다. 빠른 공격을 앞세워 상대 선수인 크리스티안 러브를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5점을 내리 뽑아내 35-29로 격차를 벌린 것이다. 한국 대표팀이 승기를 잡는 결정적인 계기였다. 기세가 오른 대표팀은 끝까지 리드를 지키며 금메달을 따냈다.
원우영 대표팀 코치는 경기 이후 인터뷰에서 도경동의 활약을 언급하며 “저도 소름 돋았다. 미치는 줄 알았다”고 놀라움을 표했다. 그는 “경동이가 나가면서 손가락질을 딱 하며 본인을 믿으라고 하더라. 그때 저는 ‘오케이, 됐어’라고 느꼈다”며 “한국이 남자 사브르 팀 세계랭킹 1위를 지키는 데 큰 힘을 보태왔고 능력 있는 선수라 믿고 있었다. 그래도 5-0까지는 바라지 않았는데 정말 완벽하게 해줬다”고 칭찬했다.
도경동은 자신감이 넘쳤다. 경기 이후 인터뷰에서 그는 “7라운드에 투입될 때 형들이 불안해하지 않고 믿음을 줬다. 나도 질 자신이 없었다. 들어가기 전에 이겨볼 테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했고, 다행히 그게 지켜졌다”며 웃어 보였다.
올림픽 금메달이 꿈이자 선수인생 최종 목표였다는 도경동은 “꿈을 이뤘다는 개인적인 기쁨보다 우리 펜싱의 새 역사, (단체전) 3연패를 할 수 있어 너무 좋다”면서 “히든카드로서 준비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했고, 형들이 뒤에 있기 때문에 제가 이렇게 자신 있게 할 수 있었던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메달 획득으로 당초 10월 16일이었던 전역일이 앞당겨진 도경동은 ‘두 달 남았는데 만기 전역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을 받고 “나와서 펜싱을 더 열심히 하겠다”고 재치 있게 받아쳤다. 그는 “한국 사브르는 세계 최강”이라며 “세계 어느 나라에도 밀리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도 편하게 응원해 달라”고 전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