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종양 있는 아이 벽에 밀쳐… 키즈노트엔 “놀다 상처”

입력 2024-08-01 05:04
보육교사의 학대 의심 행위가 담긴 CCTV. JTBC '사건반장' 캡처

한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가 3살 뇌종양 아이를 밀쳐 머리가 벽에 부딪히게 하는 등 학대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지난 31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A군(3)은 가끔 어린이집에서 돌아올 때 얼굴에 손바닥 자국이 있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부모가 어린이집에 CCTV를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우리를 못 믿냐” “어린이집을 그만두는 거로 알겠다” 등 CCTV 공개를 꺼리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주장했다.

부모가 확인한 CCTV 화면은 충격적이었다. 보육교사는 아이의 얼굴을 닦아주는 척하면서 아이를 때리거나 약을 먹이는데 아이가 저항하자 끌어다 눕혀서 강제로 먹였다. 뒤로 밀려서 얼굴을 벽에 부딪치기도 했다.

보육교사는 “약을 먹이다가 힘 조절이 안 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피해 아동은 뇌종양을 앓고 있어 부모가 머리를 조심해달라고 부탁했던 상황이었다. 어린이집 측은 “벽에 스펀지가 있어서 괜찮다”면서 황당한 답변을 내놨다. 이에 부모가 크게 화를 내니 “그제야 곧 어린이집 평가니까 한 번만 봐달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사건반장’은 전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4개월 치 CCTV를 확인한 결과 A군뿐만 아니라 두 살짜리 여자아이도 보육교사에게 학대를 당했다. 이 보육교사는 26회나 아동학대 행위를 한 혐의를 받았다. 얼굴을 때리고 밀뿐만 아니라 물티슈로 얼굴 강하게 문지르고, 아이들이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로 억지로 빵을 먹이는 장면이 있었다.

피해 아동들은 모두 말을 잘 못 하는 아이들이었다. 경찰은 해당 보육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 A군 아버지는 “사건이 일어난 날만 키즈노트를 잘 써줬다. ‘오늘 신나게 잘 놀았는데 뛰어놀다가 의자 모서리에 찍혀서 상처가 나서 울었다’(고 돼 있었다)”면서 “숨을 못 쉴 정도로 빵을 먹인 날에는 ‘아이가 빵을 먹기 싫어했는데 그래도 잘 참고 먹어서 기뻤다’고 적혀 있더라”고 울분을 토했다.

보육교사는 피해 부모들에게 “아이들을 너무 사랑하지만 힘들어서 그랬다”며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아동과 부모는 이번 사건으로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