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대항마 약진… HBM 수요는 견고

입력 2024-08-01 06:00
미국 반도체 기업 AMD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대신할 AI 칩 제조업체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고가의 엔비디아 AI 칩 사용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대안을 찾는 빅테크들이 늘고 있는 영향이다. 다만 이들 대항마 역시 차세대 칩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채택할 예정이라는 점에서 HBM 수요는 견고할 전망이다.

30일(현지시간) 엔비디아에 이은 AI 칩 생산 2위 업체인 AMD는 실적 발표를 통해 2분기 매출이 58억4000만 달러(약 8조745억원)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시장 예상치인 57억2000만 달러를 웃도는 수치다.

호실적을 견인한 건 엔비디아 독주 체제 속에 존재감이 미미했던 AI 칩의 부활이다. AI 칩을 포함하는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은 1년 전보다 115% 증가한 28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 역시 월가의 전망치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AMD는 “인스팅트 GPU라고 불리는 AI 칩 출하량이 급격히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는 M1300 신규 칩 매출이 10억 달러를 돌파한 영향이 있다고 밝히며 올해 데이터센터 GPU 매출 예상치를 지난 4월 제시한 40억 달러에서 45억 달러 이상으로 올려잡았다. AMD는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구글도 자체 AI 칩의 존재감을 키웠다. 애플은 지난 29일 공개한 ‘애플 인텔리전스 파운데이션 언어 모델(AFM)’ 논문에서 애플 인텔리전스의 기반이 되는 AFM 온디바이스(내장형)와 AFM 서버 모델을 ‘클라우드 텐서프로세서유닛(TPU) 클러스터’에서 학습시켰다고 언급했다. TPU는 구글이 설계한 AI 칩이다. 애플이 직접적으로 기업명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AI 훈련 과정에서 구글과 협력한다는 사실을 공개한 셈이다.

그동안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MS, 앤트로픽 등 AI 모델을 훈련 중인 빅테크들은 대부분 엔비디아의 가속기를 활용해왔다. 엔비디아의 시장 점유율이 80% 이상인 이유다. 그러나 성능만 보고 한 대당 5000만원이 넘는 엔비디아 AI 가속기만 사용하기엔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 실제로 이날 MS는 AI 인프라 투자를 늘린 클라우드 부문의 2분기 매출이 시장 전망치를 하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엔비디아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빅테크들의 합종연횡도 본격화했다. 지난 5월 구글·MS·메타·인텔·AMD·브로드컴·시스코·HP엔터프라이즈 등 8개 정보기술(IT) 기업이 결성한 울트라 가속기 링크(UA링크)가 대표적이다. UA링크는 엔비디아의 AI 전용 통신 규격 ‘NV링크’에 대항하는 새로운 AI 가속기 표준을 3분기 내 확정할 계획이다.

다만 AI 칩 시장 판도가 변화하더라도 HBM 수요는 견고할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뿐 아니라 그의 아성에 도전하는 AI 칩 제조업체들 역시 차세대 HBM을 적용할 계획이 있기 때문이다. AMD, 구글이 각각 출시할 AI 가속기 MI325X, TPU 트릴리움은 5세대 HBM인 HBM3E가 본격 적용된다. 엔비디아의 블랙웰(B200)도 마찬가지다. HBM3E를 양산할 수 있는 메모리 제조사라면 수혜를 입는 셈이다. HBM 후발주자인 삼성전자는 실적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HBM3E 매출 비중은 3분기에 (전체 HBM 매출의) 10% 중반을 넘어서고 4분기에는 60% 수준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