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과 합병을 앞둔 SK E&S가 글로벌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맺은 3조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의 보장수익률(IRR)을 상향 조정했다. 기존 RCPS 계약을 합병회사에 원활하게 승계하기 위한 조정으로 분석된다. 합병을 앞두고 SK E&S의 RCPS가 최대 걸림돌로 꼽혔는데, 이번 조정으로 별다른 문제 없이 오는 11월 합병회사가 출범할 것으로 전망된다.
SK E&S는 31일 이사회를 열고 KKR이 투자한 RCPS의 보장수익률을 상향하는 등 계약조건을 변경하는 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RCPS는 채권처럼 투자금 상환을 요청할 수 있는 상환권과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권, 회사 청산이나 배당 시 보통주보다 유리한 우선권을 가진 주식이다.
SK E&S는 지난 2021년과 2023년 발행한 RCPS의 IRR을 각각 9.9%로 상향 조정했다. SK E&S는 지난 2021년 2조4000억원(1차 RCPS), 2023년 7350억원(2차 RCPS) 규모의 RCPS를 발행한바 있다. 1차 RCPS 발행 당시에는 5년 후 현금 상환 시 IRR을 7.5%로 설정했다. 2차 RCPS에서는 당시 금리를 반영해 IRR을 9.5%로 상향 조정해 계약했다. 이번 계약 변경을 통해 1, 2차 RCPS의 보장수익률은 각각 2.4%포인트, 0.4%포인트 상향 조정됐다.
KKR이 보유한 RCPS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과정에서 가장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양사의 합병비율은 1대 1.1917417로 결정됐는데, SK E&S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 이에 반발한 KKR이 RCPS에 대한 상환을 요구하면 SK E&S의 핵심 자산이 유출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KKR은 SK E&S 자회사이자 핵심 자산인 강원도시가스, 영남에너지서비스, 코원에너지서비스, 전북에너지서비스, 전남도시가스, 충청에너지서비스, 부산도시가스 등을 상환자산으로 보유했다. 합병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목표에 실패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KKR이 합병에 별다른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것으로 SK E&S 측과 합의했다고 추정한다. RCPS 보장수익률을 상향하는 대신 이번 합병에 우호적으로 협조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앞서 서건기 SK E&S 재무부문장은 지난 18일 기자간담회에서 “기존 발행 취지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KKR과 우호적인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었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지난 17일 이사회를 열고 양사의 합병안을 의결했다. 합병이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의결되면 매출 규모 88조원, 자산 규모 100조원의 초대형 에너지 기업이 탄생한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