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에서 예배를 드리는 사귐의교회(유병휘 목사)는 30·40 세대가 교회를 떠나는 풍조 속에서도 청년들이 모이는 교회로 주목받고 있다. 이 교회는 분당우리교회(이찬수 목사)에서 분립한 29개 교회 중 하나다. 개척 27개월 만에 장년 700명·청년 300명가량이 모이며 약 3배 가까이 성장했다. 이 교회는 매년 3월과 8월 순장과 교사, 청년부 리더들이 참여하는 리더십 콘퍼런스를 연다. 이 자리에서는 모두가 같은 발언권을 갖는다. 나이도 직분도 무관하다. 유병휘 목사는 3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콘퍼런스가 끝난 뒤엔 청년들로부터 교회 생활의 효능감을 느낀다는 반응을 자주 접한다”고 말했다. 그는 “청년들에게 예산의 많은 부분을 편성하고 그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장년들의 성숙한 문화도 우리 교회의 자랑”이라고 덧붙였다.
사귐의교회 사례는 최근 열린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감독회장 이철 목사) 은퇴목회자 모임 ‘Again 감리교회’(회장 김진호 목사)에서 한국교회가 벤치마킹할 모델로 소개됐다. 김영석 배화여대 교목은 지난 29일 서울 강남구 은목선교센터(김충식 목사)에서 열린 Again 감리교회 제3차 기도회 강사로 나서, 교회의 재정, 인사, 기획의 의사결정을 여전히 6070대가 주도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3050대의 나이에 사회의 주축이자 한 교회의 기둥으로서 교회성장의 정점을 경험한 60~70대는 교회의 주인의식이 강하다”며 “반면 그들은 젊은이들의 경험과 헌신 부족을 이야기하며 여전히 결정권을 가지려 한다. 이 때문에 갈등이 생기고 청장년 세대가 교회에 머물지 못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이 주장은 지난해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대표회장 지형은 목사)가 시행한 조사 결과와도 맥을 같이한다. 지난해 1월 전국의 만 19세 이상 개신교인 2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2023 한국인의 종교생활과 신앙의식 조사’에서도 30·40세대는 현재 출석교회에 대한 만족도(만족 59%, 불만족 34%)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만족도가 가장 높은 연령대는 50·60세대(만족 71%, 불만족 23%)였다. 해당 조사에서 30·40세대 3명 중 1명은 코로나 이후 현장예배를 이탈한 것으로 집계됐다.
김 교목은 대전광역시 유성구 새누리2교회(안진섭 목사)의 사례도 소개했다. 이 교회에는 장로가 없고, 모든 교인이 서로를 ‘형제·자매’로 호칭한다. 한국의 적지 않은 교회에서 장로가 중심이 되는 당회를 최고의결기구로 두는 것과 달리 ‘형제·자매’로 이뤄진 운영위원회가 이 역할을 대신한다. 운영위원의 임기는 2년으로 장기 집권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김 교목은 “주도권을 가지고 교회 중요 결정에 참여하는 것은 무척 신나고 재미있는 일”이라며 “그 과정에 젊은이들이 참여하면서 주인 의식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청장년에게 아무런 권한도 주지 않으면서 교회 일에 참여하지 않고 비판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청장년이 교회에 머물도록 하려면 먼저 의사 결정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2022년 일만성도 파송운동을 통해 경기도 분당우리교회에서 분립 개척한 29개 교회에 대해서는 “해당 교회들은 30~50대가 주류를 이루며 각 교회가 개척 2년 만에 적게는 500명, 많게는 1000명으로 성장했다”며 “인사 재정 기획의 결정권을 청장년에게 맡기라”고 재차 주문했다.
기감 제25대 감독회장을 역임한 김진호 목사(85·도봉교회 원로)는 “시니어 중심의 의사 결정 구조를 고집한다면 교회는 계속 늙어갈 수밖에 없다”며 “교회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젊은 세대가 들어올 수 있도록 제도적 변화를 모색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