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메달, 4년 뒤 기약…포기않는 이준환 만든 ‘가족의 힘’

입력 2024-07-31 15:39
이준환이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 드 마르스에서 2024 파리올림픽 유도 남자 81㎏급 동메달을 확정 한 뒤 아쉬움의 눈물을 쏟아내고 있다. 파리=윤웅 기자

“아직 제 실력이 상대 선수들보다 부족한 것 같다. 다시 준비해서 4년 뒤 LA올림픽에서 금메달에 도전하겠다.”

2024 파리올림픽 유도 남자 81㎏급 동메달 결정전. 이준환(용인대)은 생애 첫 올림픽에서 세계랭킹 1위 마티아스 카스(벨기에)를 꺾고 동메달을 차지했다. 정상을 밟지 못한 아쉬움에 눈물도 흘렸다. 하지만 이준환은 늘 자신을 응원하고 격려해주는 가족을 떠올리며 곧장 일어설 것을 다짐했다.

이준환은 파리올림픽에 나서기 전 가족에 대한 애정을 많이 드러냈다. ‘부자’가 되고 싶다는 장래희망을 밝힌 그는 “돈을 많이 벌어 주위에 베풀며 살고 싶다. 가족들도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이유를 덧붙였다. 자신의 선수생활을 뒷바라지한 어머니, 유도 영상을 찾아보며 함께 기술을 연구했던 아버지를 선수생활에 가장 큰 도움을 준 인물로 꼽기도 했다.

이준환의 어머니 김원주씨는 31일 국민일보에 “과거 아버지 사업이 잠깐 휘청했던 적이 있다”며 “부모가 다 있는데도 준환이는 가장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남으로 태어난 이준환은 어릴 때부터 유독 책임감이 강했다고 한다.

2022년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이준환은 두 차례 연속 국제대회 우승을 달성하며 단숨에 주목받았다. 국제유도연맹(IJF)은 “선수 이름이 소개되기도 전에 한판승을 따낼 수 있을 정도로 빠르다”며 ‘번개맨’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국가대표로 성장하기까지 고난이 없었던 건 아니다. 고교 시절 같은 체급의 선수에게 5번 연속 패배를 당하면서 심리적으로 지쳐 유도를 그만두려고도 했다.

이때 어머니 김씨가 이준환의 마음을 되돌렸다. “자는 준환이 옆에서 유도부가 없는 일반고로 전학시키자는 대화를 남편과 크게 나눴다. 사실 일부러 들으라고 한 말이었다. 오히려 그만두라고 부추기면 정신을 바짝 차릴 것 같았다.”

이준환은 슬럼프를 극복하고 다시 유도에 매진했다. 이후로는 포기라는 단어를 꺼내지 않았다. 이 시기에 자신의 주특기 소매들어업어치기 기술도 연마했다. 그리고 세계랭킹 3위로 나선 첫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준환은 “박살내고 오겠다”는 당찬 각오를 가족에게 남긴 채 파리로 떠났다. “뒷바라지 해주셔서 감사하다”며 미리 준비한 용돈을 어머니에게 건네기도 했다. 김씨는 “동메달을 딴 아들이 자랑스럽다”며 “조금씩 가다 보면 인생의 길이 열릴 테니 너무 앞만 바라보지 말고 가끔은 뒤도 돌아봤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