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과 위메프의 모기업 큐텐이 지난해 3월 싱가포르에서 판매자들에 정산금을 지급하지 못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른바 ‘티메프’ 사태가 해외에서 이미 발생하고 있었던 셈이다.
싱가포르 현지매체 ‘더스트레이츠타임스’는 지난해 3월 큐텐에서 건설용품과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제프리 퀙(Jeffrey Queck)씨의 사례를 보도했다. 퀙씨는 큐텐으로부터 1만2000달러(약 1650만원)의 정산금을 받지 못 했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퀙씨는 지난해 1월 이후 정산이 이뤄지지 않자 큐텐에 7차례 이메일을 보냈다. 이에 큐텐은 “기술적 오류(technical issues)”로 인해 정산금 지급이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퀙씨는 2017년부터 큐텐을 통해 건설용품과 생활용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정산 지연은 당시가 처음이었다고 더스트레이츠타임스에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판매자의 사례도 보도됐다. 자신을 ‘미스 샨’이라고 소개한 이 판매자는 지난해 2월 이후 8000달러(약 1100만원)의 정산금을 인출하지 못 했다고 전했다. 미스 샨은 2011년부터 큐텐을 통해 미용용품과 생활용품을 판매해왔다.
정산금 인출이 제한되자 미스 샨 또한 큐텐에 이메일을 보냈으나 큐텐은 기술적 오류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스 샨은 “고객이 이미 상품을 받은 상황에서 판매된 상품에 대한 정산금을 받지 못 하는 것은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더스트레이츠타임스에 말했다.
퀙씨는 큐텐으로부터 자금을 정산 받지 못 한 판매자 9명이 정보 공유를 위한 채팅방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각 판매자들은 3000~4000달러(약 410만~550만원)을 정산받지 못 했다.
더스트레이츠타임스가 큐텐에 이같은 정산 지연에 대한 설명을 요청하자 큐텐은 “최근 글로벌 확장과 범아시아 시장 창출로의 변화로 인해 이전 지연을 초래하는 기술적 문제가 시작되었다”고 해명했다. 이는 지난 8일 큐텐이 국내 판매자 정산 지연에 대해 “플랫폼을 고도화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일어난 ‘전산 시스템 장애’”라고 설명한 것과 동일하다. 이미 지난해 3월 큐텐의 현금 유동성 위기가 시작된 것으로 분석되는 대목이다.
큐텐 산하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이미 정산 지연이 시작된 티몬, 위메프 외에도 인터파크커머스, AK몰 등 다양하다. 구영배 큐텐 대표는 지난 30일 “인터파크커머스와 AK몰도 정산이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고 밝혀 향후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최악의 경우 1조원까지 피해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추정도 나온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