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 후보로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수영 황금세대’가 시상대에 서겠다는 꿈을 이루지 못했다. 비록 메달은 손에 넣지 못했지만 한국 수영 단체전 최초의 결승 진출로 내일을 더 기대하게 했다. 선수들은 “이날을 성장의 계기로 삼겠다”며 다음 올림픽을 기약했다.
양재훈(강원도청), 이호준(제주시청), 김우민, 황선우(이상 강원도청) 순으로 역영한 한국은 3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라데팡스 수영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수영 경영 남자 계영 800m 결승에서 7분07초26으로 6위에 그쳤다. 제임스 가이, 톰 딘, 매슈 리처즈, 덩컨 스콧으로 팀을 짠 영국이 6분59초43으로 2연패를 달성한 가운데, 7분00초78로 터치 패드를 찍은 미국(루크 홉슨, 칼슨 포스터, 드루 키블러, 키런 스미스), 7분01초98의 호주(맥시밀리언 줄리아니, 플린 사우샘, 일라이자 위닝턴, 토머스 닐)가 뒤를 이었다.
한국 수영 단체전 사상 최초로 결승에 올랐지만 평소보다 실력이 나오지 않았다.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세운 아시아 신기록 7분01초73보다 5초53 늦었다. 첫 영자 양재훈이 1분49초84로 전체 9개 팀 중 가장 늦게 레이스를 마쳐 불안하게 출발했다. 이후 이호준(구간 기록 1분46초45)도 9위로 터치패드를 찍었다. 바통을 이어받은 김우민이 구간 기록 1분44초98로 순위를 한 계단 끌어올렸지만 이미 격차가 벌어진 뒤였다. 마지막 영자 황선우 역시 두 명을 제쳤으나 구간 기록 1분45초99로 평소 실력에는 미치지 못했다.
선수들은 경기 후 한껏 아쉬운 표정으로 믹스트존에 들어섰다. 제 차례의 발언을 마친 선수들은 감정이 북받치는 듯 눈물을 보이거나 가벽에 기대 앉아 한동안 바닥을 멍하니 응시하기도 했다.
황선우는 “3년간 정말 열심히 준비를 해왔는데 미흡한 결과가 나와서 모든 분이 아쉬워할 것 같다”며 “이번 올림픽은 제가 많이 보여준 게 없는 것 같아 아쉽지만 아직 기회가 많이 남았다고 생각한다. 한국에 가서 멤버들과 마음을 잡고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김우민은 “한국을 대표해서 올림픽 결승 무대에서 기량을 뽐낸 것만으로도 영광스럽다”며 “결과는 아쉽지만 그동안 준비한 과정들이 중요하다. 그 부분에 의미를 두고 앞으로 남은 메이저 대회와 4년 뒤 올림픽까지 더 열심히 달려가겠다”고 말했다.
특히 대회 직전 가장 큰 기대를 받았던 황선우는 아쉬움이 더 컸다. 주 종목 자유형 200m와 단체전에서 빈손으로 돌아가게 됐다. 황선우는 “도쿄올림픽 이후 3년간 많이 배웠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며 “이번 파리올림픽을 계기로 지금까지 걸어온 수영의 길을 다시 돌아보게 됐다”고 밝혔다. 패인을 묻는 질문에는 “연습을 할 때 페이스도 괜찮았고 자신감도 좋았다”며 “올림픽 무대라고 긴장 때문에 부하가 걸린 것 같지는 않다. 멘탈뿐 아니라 멤버들과의 호흡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내년부터는 이 지점을 보완하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선수단 가운데 유일하게 메달을 확보한 김우민의 얼굴은 비교적 밝았다. 앞서 자유형 400m에서 동메달을 거머쥔 김우민은 이날도 구간기록 1분44초98로 결승에 출전한 36명의 선수 가운데 이 부문 3위를 차지했다. 김우민은 “두 번째 올림픽이 끝나 개인적으로 후련하다”며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지금은 잊어버릴 때라고 생각한다. 한국에 가서 다시 훈련을 준비할 때 그 아쉬움이 오히려 힘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남은 기간에는 ‘낭만의 도시’를 즐기려 한다”며 “에펠탑을 제일 먼저 보고 싶고 루브르 박물관에서 모나리자도 보고 싶다”고 웃었다.
파리=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