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문불출하던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30일 모습을 드러냈다. 구 대표는 위메프·큐텐의 정산지연 사태를 해결할 방안은 내놓지 못하며 “시간을 달라”는 주장을 반복했다. 구 대표와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는 피의자로 입건돼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구 대표는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 현안질의에 출석해 “(큐텐 지분) 38%를 갖고 있다.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내놓겠다”고 했다. 하지만 개인 자산 규모와 정산지연금 마련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했다.
구 대표가 그룹 차원에서 동원 가능하다고 언급한 금액은 800억원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구 대표는 “바로 다 투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800억원 또한 믿을 수 없는 금액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구 대표는 큐텐이 시장에서 높게 평가받을 당시엔 자신이 보유한 지분이 약 5000억원의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점 등을 언급하며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면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분은 허상이다. 안 되는 회사의 지분은 완전히 휴짓조각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의도된 사기행위다. 구 대표는 굉장히 비열한 기업인”이라고 했다.
구 대표는 자리에서 일어나 두 손을 모으고 사과하면서도 거듭된 비판에 “사기꾼, 나쁜 놈으로 규정하고 보면 아무것도 안 된다”고 반발했다. 구 대표는 정무위 회의 정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한 6개월만 기회를 주신다고 하면 죽기로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25일 기준 티몬과 위메프의 입점 업체에 대한 미정산 금액을 약 2134억원으로 추산했다. 6~7월 판매 대금까지 포함하면 그 액수가 1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티몬·위메프에 1조원 이상의 건전성·유동성 이슈(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미정산 금액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도 드러났다. 구 대표는 큐텐의 또 다른 계열사인 인터파크커머스, AK몰의 정산 지연 여부에 대해 “그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구 대표는 지난 2월 큐텐이 2300억원에 전자상거래 플랫폼 위시를 인수하면서 400억원의 현금을 썼는데, 여기에 판매 대금이 포함돼 있다고 인정했다.
한편 검찰은 지난 29일 티몬과 위메프가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을 신청한 것을 기점으로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회생 신청 직후 두 기업이 피해자 회복을 위한 자구책을 마련할 가능성이 사라졌다고 판단하고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를 중심으로 전담수사팀을 꾸렸다. 검찰은 이번 사태를 ‘구조적 경제범죄’로 보고 수사 속도를 높이고 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