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간 7만명 품은 어린이·청소년 인성캠프

입력 2024-07-30 14:16 수정 2024-07-30 16:29
충청남도 천안시 백석대에서 열린 제56회 백석쿰캠프 참가 어린이가 30일 태권도 격파 체험 프로그램에서 종이송판을 향해 주먹을 내지르고 있다.

“빠샤.” 힘찬 기합 소리와 함께 종이로 만든 송판이 갈라졌다. 송판에는 ‘태권도 선수’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이루고 싶은 꿈이나 극복하고 싶은 내용을 적고 격파하는 태권도 체험 프로그램은 백석대(총장 장종현)와 백석문화대(총장 송기신)가 주최하는 제56회 백석쿰캠프 현장의 한 장면이다.

한낮 기온이 31도를 넘나드는 30일 충청남도 천안시 백석대 본부동과 운동장은 아침부터 활기가 넘쳤다. 기자가 찾은 날은 28년째 이어지고 있는 ‘인성 캠프’인 백석쿰캠프가 한창이었다. 올해의 주제는 ‘백석 Victor’로, 코로나 시대를 겪으며 성장한 아동과 청소년들의 대인관계 기술 향상과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중점을 뒀다.

캠프는 7월 29일부터 31일까지 유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8월 1일부터 3일까지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총 500여 명의 아동과 청소년이 참여하며 양 대학 재학생 300명이 봉사자로 함께한다.

백석대 항공서비스학과 학생들이 30일 충청남도 천안시 백석대에서 열린 제56회 백석쿰캠프에서 어린이들에게 항공기 객실 체험을 제공하고 있다.

아동들은 학부 교수들과 대학생 봉사자들이 제공하는 전공 특화 체험 활동을 통해 이타적인 행위와 배려의 가치를 배웠다. 사회복지학부의 레크리에이션 활동, 디자인영상학부 시각디자인전공의 공간디자인 체험 활동, 스포츠과학부 태권도 격파 체험 활동, 경찰학부의 경찰 직업체험 활동 등이 준비돼 다양한 경험을 제공했다. 야외 수영장에서 펼쳐진 물놀이 시간도 큰 호응을 얻었다.

백석휴먼인성혁신사업단의 박승호 단장은 “공동체 안에서 주도적이지 못한 아동과 청소년들이 흥미로운 활동을 통해 관계를 형성하고 자신의 비전을 찾으며 삶을 주도해 나갈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다”며 “요즘 아동과 청소년들에게 꼭 필요한 부분이 뭔지 고심했다고” 이번 캠프의 의의를 강조했다.

캠퍼스 곳곳은 환한 얼굴의 아이들로 가득했다. 실제 항공기와 같은 환경으로 꾸며진 실습실과 대형 LED 창을 갖춘 강의실, 36만 제곱미터에 달하는 넓은 캠퍼스는 아이들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

백석쿰캠프는 1997년 시작해 지금까지 7만명이 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참여한 행사다. 전국의 아동과 청소년의 인성교육을 위해 매년 여름과 겨울 방학 시즌에 맞춰 개최되고 있다. 쿰캠프의 ‘쿰’은 고대 그리스어 ‘탈리타 쿰(Talitha koum·소녀여 일어나라, 막 5:41)’에서 따왔다. 캠프는 ‘섬김’과 ‘봉사’라는 백석학원의 교육목표가 구체화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초기에는 가족해체를 겪는 과정에서 신체적·심리적으로 상처를 입은 아이들을 회복하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기획됐지만, 지금은 전체 아동과 청소년으로 대상이 확장됐다. 백석인성개발원 인성혁신개발팀장 장하권 목사는 “쿰캠프는 백석 교단 교회의 요청으로 시작해 전국 단위 어린이·청소년 수련회로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백석대와 백석문화대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는 캠프가 이어져 내려올 수 있는 단단한 기반이 됐다. 양 대학 학생들은 ‘청년 멘토’로서 꿈을 잃고 방황하는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있다. 초창기와 달리 시설 아동의 참여는 크게 줄었지만, 미래세대를 세워나간다는 캠프의 원래 목적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충청남도 천안시 백석대에서 열린 제56회 백석쿰캠프 참가 어린이가 30일 태권도 격파 체험 프로그램에서 종이송판을 향해 주먹을 내지르고 있다.

캠프에 참가한 천안 지역 초등학생 김태영(가명·10)군은 “캠프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며 “특히 항공기 객실 승무원 체험이 가장 인상 깊었고, 친구들과 함께한 시간이 즐거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백석대 스포츠과학부 1학년 김태린(19·여)씨는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보람을 느꼈다”며 “다음에도 꼭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천안=글·사진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