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올림픽 펜싱 여자 사브르 개인 동메달 결정전에서 아쉽게 패한 최세빈(24·전남도청)이 4년 뒤를 기약했다.
최세빈은 30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여자 사브르 개인전 준결승에서 올하 하를란(우크라이나)에게 14대 15로 져 4위를 차지했다. 세계랭킹 24위이며 국제대회 개인전에 입상한 적도 거의 없는 선수가 첫 올림픽 무대에서 준결승까지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하지만 이날 최세빈의 기세를 고려하면 아쉬움이 남는 성적이다. 16강전에서 그는 세계랭킹 1위인 에무라 미사키(일본)를 15-7로 격파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대표팀 동료 전하영(서울시청)과 치른 8강전에선 1-8까지 끌려다니고도 대역전극을 펼치며 4강에 안착했다.
하지만 세계랭킹 5위이자 2021년 도쿄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인 마농 아피티-브뤼네(프랑스)와의 준결승전에선 12대 15로 패해 동메달 결정전으로 밀렸다. 2012년 런던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개인전 동메달을 획득한 베테랑 하를란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역전을 허용하며 11대 12로 한 점 차 패배를 당했다.
동메달 결정전을 마치고 취재진을 만난 최세빈은 “즐기자고 했지만 올림픽에 출전해 메달을 따지 못하니 아쉽다. 이기고 있다가 잡혀서 더 아쉽다”면서 “이기고 있는 상황에도 제가 불안해서 잘 풀어나가지 못해 메달에 닿지 못한 것 같다. 올림픽 전에도 언니들은 다 ‘괜찮다, 좋다’고 하는데 저는 스스로를 의심했다. 제가 저를 믿지 못하는 상황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최세빈은 “올림픽에서 4등을 한 선수는 안쓰럽고 불행할 것 같았는데, 많이 얻어갈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상위 랭커들과 맞붙어 본 것도 좋았다”면서 “남자 사브르 오상욱 선수가 파이널 피스트에 선 것을 보고 저도 서면 멋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이어리에 그 바람을 적었는데, 이뤄진 것도 좋다”며 미소 지었다.
이어 “4년 뒤에 다시 올림픽에 나온다면 그땐 의심하지 않고, 내가 나를 믿고 했으면 좋겠다”면서 “실력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생각도 들고, 제가 저를 믿으면서 경기를 운영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개인전을 남자 사브르 오상욱(대전시청)의 금메달 하나로 마무리한 한국 펜싱은 30일 여자 에페를 시작으로 종목별 단체전에서 추가 메달 사냥에 나선다. 최세빈은 다음 달 3일 윤지수(서울시청), 전하영, 전은혜(인천 중구청)와 단체전 메달 사냥에 나선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