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은 29일 이원석 검찰총장이 김건희 여사를 공개 소환하거나, 의혹과 관련해 사과받도록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지시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그런 사실이 없다는 해명에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의혹 제기가 계속되자 진화에 나선 것이다.
대검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검찰총장은 김 여사에 대해 규정에 따라 ‘비공개 검찰 소환’을 지시했고, 사과를 받도록 지시한 사실이 없으며, 오히려 검찰이 다룰 문제가 아니므로 관여하지 않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중앙지검에서도 이미 김 여사 공개소환과 사과 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며 “일부 정치권의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명백한 허위”라고 덧붙였다.
대검은 지난 26일에도 같은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하지만 이후에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의혹 제기가 계속되고, 이종배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의 이 총장 고발로까지 이어지자 재차 유감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은 이날 이 총장을 공무상 비밀누설 및 직권남용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면서 “김 여사를 공개 소환하고 사과를 받아내라고 지시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정치권 공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 총장은 이날 ‘사이버 레커’ 유튜버들의 공갈 사건 수사 상황을 직접 보고받고 엄정 대응을 지시했다.
이 총장은 대검 입장문 발표 전 김유철 수원지검장을 대검 청사로 불러 구제역(본명 이준희) 등 ‘사이버 레커’ 유튜버들의 공갈 사건 수사 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수사 계획을 대면 보고받았다. 이 총장은 김 지검장에게 “수익 창출과 영리 목적으로 혐오를 조장해 유명인과 일반인을 가리지 않고 극심한 명예훼손과 모욕을 가하는 사이버 레커의 악성 콘텐츠 유포와 협박, 공갈 범행에 엄정 대응하고 범죄수익을 박탈하라”고 지시했다.
이 총장은 지난 15일에도 수원지검에 같은 취지의 지시를 내렸다. 수원지검은 총장 지시에 따라 여러 검찰청에 흩어져 있던 관련 사건들을 병합해 수사한 뒤 유튜버 구제역과 주작감별사(본명 전국진)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지난 26일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아 두 사람을 구속했다. 검찰은 이들 외 피의자들의 공모관계에 대해서도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정치권 공세에는 이제 선을 긋고, 총장 임기 내내 강조해왔던 민생범죄 대응에 좀 더 신경을 기울이고 다시 집중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장은 이날 티몬·위메프의 대규모 정산·환불 지연 사태와 관련,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 1부를 중심으로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로 소비자와 판매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라”고 긴급 지시를 내렸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시장 질서를 무너뜨린 중대 민생침해 범죄로 보고 내부 법리 검토에 착수했다. 통상 고소·고발 사건을 담당하는 형사부가 아닌 반부패부가 검토에 나선 것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한 조처로 해석된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