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안녕한가요’ 식사 속 안부 묻는 식탁 예배 현장

입력 2024-07-28 16:29 수정 2024-07-28 16:57
전수희(왼쪽) 목사가 28일 서울 용산구 공유공간에서 식탁 기도를 하고 있다. 안녕교회 제공

거룩한 채워짐이 풍성한 음식과 교제로 충족되는 예배가 마련됐다. 28일 오전 11시 서울 용산구 10평쯤 되는 공유공간에 15명의 사람이 식탁에 둘러앉았다. 한 달에 한 번 진행하는 안녕교회(전수희 목사)의 ‘거룩한 식탁 예배’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거룩한 식탁 예배는 초대 교회 식탁 교제에 영감을 받아 식사하며 예배하는 새로운 예배다. 식사 교제를 예배 중 하는 ‘디너처치’는 미국에서 처음 시작했으며 미국 뉴욕 브루클린 성 리디아즈 교회가 대표적이다.

전수희(44) 안녕교회 목사는 “예배가 중심이 되는 교회를 만들고자 했다”며 “교회 문턱을 낮춰 교회 밖 사람들이 예배에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는 예배 모습으로 디너 처치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안녕교회는 2~3세기 초기 기독교인들이 성찬을 마친 후 식사하던 애찬식처럼 식사 예배 전 성찬식으로 거룩한 식사 예배를 시작했다. 성찬식이 마친 후 예배 참석자들은 식사하며 자기소개를 했다.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예배 참석자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풀었고 그 과정에서 환영과 박수가 오갔다. 식사는 찬송가 부르고 설교가 진행될 때도 계속됐다.

친구를 따라 교회에 처음 나왔다는 김태윤(25)씨는 개인적 일로 마음이 어렵던 중 의지할 곳을 찾다 거룩한 식탁을 찾아오게 됐다. 김씨는 “마치 홈파티에 온 기분이었다”며 “예배와 찬양만 했다면 어색했을 텐데 식사를 하며 진행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다. 위로를 받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이 공간을 통해 대가 없는 성경적 사랑을 경험했다. 김씨는 “준 만큼 받을 수 있는 세상적 논리에 익숙했다. 내가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사랑하신다는 말씀이 많은 위로가 됐다”고 고백했다.
거룩한 식탁 예배 참여자들이 '평화 나누기' 시간에 서로를 향해 축복하고 있다. 안녕교회 제공

김씨와 같은 초신자뿐 아니라 기존 교회에 피로를 느낀 기독교인에게도 식탁 교제는 새로운 경험이 됐다. 기존 교회에서 답답함을 느끼던 중 거룩한 식탁 예배에 참석하게 된 전인수(52)씨는 “식탁 예배가 신앙의 숨통을 틔워줬다”며 “형식과 일방적 설교 방식에 답답함을 느끼던 중 안녕교회를 찾게 됐다”며 “이런 형태 예배는 신선한 경험”이라고 했다.

주상락 미국 바키대학원대학교 선교적 목회학 교수는 “디너 처치는 환대의 신학과 직접 연관된다”며 “환대는 그 자체가 성경적 신학이지만 믿지 않는 사람들의 문턱을 낮추기에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 이후 디너 처치는 미국에서 새로운 예배 형태로 부흥하고 있다. 주 교수는 “한국교회에서도 선교적 교회 운동의 하나로 디너 처치가 성장하는 추세”라며 “식탁 공동체는 교회 밖 공동체나 신앙 없이 교회 출석하는 명목상 크리스천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는 운동”이라고 설명했다.

안녕교회와 같이 식탁 교제를 하는 한국교회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서울 송파구 함께심는교회(박종현 목사)·경기도 인천 송도예수소망교회(김영신 목사)·경기도 수원 하늘누리교회(김대진 목사)도 식탁 공동체로 예배를 진행하고 있다.

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