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주관식…신뢰하는 공동체와 함께 답을 찾아야” 김정태 MYSC 대표

입력 2024-07-28 08:40 수정 2024-07-28 14:56
김정태 MYSC 대표는 파타고니아 창업자 이본 쉬나드의 책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을 경영학 교과서로 꼽았다. 김 대표가 지난 15일 서울 성동구 메리 히어 사옥에서 파타고니아 티셔츠를 입고 대담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진로 선택과 비전 찾기는 객관식 문제가 아닙니다. 공시 고시 대기업 전문직 등 사지선다(四枝選多)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삶은 주관식입니다. 정해져 있는 답을 찾는 게 아니고, 하나님과 나와의 인격적 관계 속에서 문제를 새롭게 정의하고 길을 찾아가야 합니다. 저처럼 대학에서 한국사를 전공한 사람이 사회적 혁신을 비즈니스로 연결할 것이라고 기대한 이들이 있었을까요.”

김정태(47) MYSC 대표는 사회혁신가로 불리길 좋아한다. 사회적 양극화 해소, 경제적 불평등 해결, 지구적 환경 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그가 택한 건 바로 비즈니스다. ‘기업이 어떻게 사회 혁신을 비즈니스로 연결해 지속가능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겠는가’란 문제의식이다. 2010년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갤리온)를 펴내 기업의 채용 문화 변화를 선도한 김 대표는 사회적 가치를 담은 비즈니스 모델을 컨설팅하고 이 분야 스타트업을 육성(엑셀러레이팅)하며 관련 펀드를 만들어 재무적 투자를 이끌고 있다. 김 대표는 최근 ‘당신은 어떤 월급을 받고 있나요?’(파지트)를 펴내며 사람을 최우선으로 하는 MYSC의 기업론을 진솔하게 담아냈다.

MYSC는 ‘메리 이어 소셜 컴퍼니(Merry Year Social Company)’의 머리글자다. 성경에서 말하는 희년의 영어식 표현이 메리 이어다. 7년에 한 번 오는 안식년이 일곱 번 지나고 찾아오는 50번째의 해, 노예에겐 자유가 주어지고, 빚 때문에 넘겼던 토지를 다시 돌려받는 기쁨의 해, 즉 인간다움을 회복하고 인간이 누려야 할 권리와 기회를 회복하는 시기를 말한다.

초기 MYSC에는 김동호 목사와 높은뜻숭의교회 성도들의 열매나눔재단(Merry Year Foundation)과 온누리교회(이재훈 목사) 복지재단의 도움이 컸다.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와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등이 MYSC에 사회적 가치가 담긴 펀드 개설을 요청하기도 했다. MYSC는 곧 결성될 펀드를 포함해 운용자산이 900억원에 육박한다. 184건의 누적 투자를 진행했고, 투자한 기업의 총 가치는 누적 2조원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5년간 1000개 이상의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대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컨설팅을 돕는 등 아시아 최대 규모 임팩트 투자 기업으로 성장했다.

김정태 MYSC 대표는 파타고니아 창업자 이본 쉬나드의 책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을 경영학 교과서로 꼽았다. 김 대표가 지난 15일 서울 성동구 메리 히어 사옥에서 파타고니아 티셔츠를 입고 대담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메리 히어(Merry Here) 사옥에서 지난 15일 만난 김 대표는 “8층 사옥 전체가 MYSC의 가치를 공간적으로 구현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100% 재생에너지를 쓰는 MYSC 사무실 외에도 MYSC가 투자한 스타트업이 입주해 있다. 1~2층엔 유니크굿컴퍼니의 리얼월드가 입주해 있는데 증강현실(AR)을 기반으로 한 인터액티브 게임 성지로 방문객이 연 10만명에 달한다. 지하 1층엔 러닝머신처럼 물살세기를 조절해 홀로 수영하는 ‘스윔핏’이 있고, 이외에도 청각장애인이 운영하는 ‘고요한 택시’ 등 7개 스타트업이 모여 있다. 김 대표는 “기업인과 지방자치단체장들에게 실제 눈으로 사회적 기업의 가치를 보여주는 일종의 모델 하우스”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사학을 전공하던 학창시절 한국대학생선교회(CCC) 활동을 하며 방학마다 단기선교에 자원했고, 졸업 후에도 1년간 자비량으로 동아시아 선교를 다녀왔다. 개발도상국의 여러 현실을 마주한 경험은 국제연합(UN) 근무로 이어졌고, 사회 혁신과 기후 위기 대응을 고민해 MYSC에 참여하는 계기가 됐다. 김 대표는 청년들에게 신뢰할만한 이들과 함께 주관식 문제를 푸는 것이 인생이라고 강조했다.

“내가 신뢰하고 내가 믿는 사람들과 함께 공동체 안에서 문제를 정의하고 풀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객관식은 나 홀로 풀 수 있겠지만, 주관식은 그렇지 않습니다. 혼자만의 고민이 아닌 공동체 안에서의 자문과 멘토링, 신앙 공동체의 소중함을 느끼면 더 좋겠습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