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러스 기아와 한화생명e스포츠가 27일 서울 종로구 LCK 아레나에서 열린 2024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서머 시즌 정규 리그 6주 차 경기에서 맞붙었다. 2위와 3위의 대결답게 마지막 3세트까지 치열한 승부가 이어졌다. 40분이 넘어가는 장기전 끝에 한화생명이 마지막 한타에서 이겨 웃었다.
경기 시간 45분, 종료 당시 킬 스코어가 19대 19였을 정도로 두 팀은 치열한 경기를 펼쳤다. 한 끗 차이로 승자와 패자가 결정 난 만큼 경기 종료 직후 양 팀 선수단의 표정에서 보이는 희비의 대비도 극명했다.
경기 후 기자실을 찾은 황성훈은 “선수들이 느끼기에는 아쉬운 점도 많았다”면서도 “1세트 패배 후 밴픽 전환을 잘해서 2세트부터는 우리 스타일을 잘 찾았다. 밴픽적으로는 굉장히 만족한다”면서 “정말 한 끗 차이로 졌다. 아쉽지만 패배에 감정을 소모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경기가 끝난 직후 황성훈은 고개를 들었다가 전 동료인 ‘제카’ 김건우가 새로운 팀원들과 함께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는 모습을 봤다. 그와 막역한 사이인 황성훈은 이내 묘한 감정이 들기 시작했다.
황성훈은 “마지막 패배 순간에 내 시야에 친한 상대 선수들이 보였다. 10m 남짓한 공간에서 그들과 희비가 교차했다”면서 “패배한 입장에서 상대 선수들이 기뻐하는 걸 보니까 마음이 좀 그렇더라. 이 감정이 어떤 감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발전하는 계기로 삼겠다. 더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커리어 최고의 순간을 공유한다. 둘은 2022년 DRX에서 ‘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신드롬을 일으키며 LoL 월드 챔피언십 우승을 함께 이뤘다. 2023에도 한화생명에서 한솥밥을 먹은 바 있다. 이번 경기 전날까지도 솔로 랭크에서 만나 농담을 주고받았을 정도로 여전히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 친구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그는 승부욕이 더 달아올랐다.
황성훈의 얘기를 전해 들은 김건우는 “그런 것이야말로 e스포츠의 진짜 매력”이라고 화답했다. 경기 후 국민일보와 만난 그는 “진 팀은 분위기도 좋지 않고 암울하다. 바로 반대편에서는 선수들이 환호하고 기뻐하고 있는 걸 볼 수 있어서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우리도 1라운드 때 디플 기아에 져서 똑같은 상황을 겪은 적이 있다. 이 감정을 황성훈에게 되돌려주고 싶어서 오늘 만나기 전까지 좀 더 열심히 준비했다. 오늘 (1라운드 패배를) 복수해서 기쁘다. 친한 사이니까 할 수 있는 얘기다.(웃음)”
두 선수의 맞대결 전적은 3승1패로 김건우가 앞서나가게 됐다. 스프링 시즌에는 김건우의 한화생명이 2대 0으로 이겼다. 서머 시즌에는 1승1패씩을 주고받았다. 이제 약속된 경기는 모두 치렀다. 플레이오프나 LoL 월드 챔피언십 지역 대표 선발전에서 두 선수 간 복수전 무대가 또 펼쳐질지, 그렇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도 올해의 관전 포인트가 되겠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