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양자 대결 시에는 뒤지지만,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를 포함한 삼자 대결 시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앞선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WSJ는 26일(현지시간) ‘오늘 선거가 치러진다면 누구에게 투표할 것이냐’고 묻는 여론조사 결과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양자 대결을 펼칠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49%)이 해리스 부통령(47%)에 오차 범위(±3.1% 포인트) 내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달 초 같은 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퇴 의사를 밝히기 전 조 바이든 대통령에 6% 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었다.
하지만 케네디 주니어를 포함한 삼자 이상 대결에선 해리스 부통령이 45%, 트럼프 전 대통령이 44%를 획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가 높게 나오는 것은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 발표 이후 흑인, 라틴계를 비롯한 소수 인종과 젊은 층이 결집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WSJ는 “비(非) 백인 투표자들이 인종적·민족적으로 다양한 출신들이 모여 있는 애리조나 네바다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 같은 바이든 대통령이 고전한 경합주에서 해리스를 도울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 해리스는 트럼프와의 양자대결에서 비 백인 유권자 63%의 지지를 얻었다. 바이든이 지난 WSJ 조사에서 획득한 51%에 비해 크게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이는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이 출구조사를 통해 확인된 비 백인 지지율(73%)에는 못 미친다. 젊은 층 지지율에서도 해리스는 바이든이 지난 조사에서 얻은 지지율보다는 높지만 2020년 선거에서 얻었던 지지율보다는 낮았다.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 해리스에 대한 열기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WSJ 조사에서 ‘당신의 후보에 대해 얼마나 열정적인가’ 묻는 질문에 바이든은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37%의 응답만 얻었지만 해리스는 이번 조사에서 81%의 응답을 얻었다. 해리스는 2020년 바이든을 지지했다는 투표자들로부터 92%의 지지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조사에서 바이든이 2020년 자신에게 투표한 지지자들로부터 84%의 지지를 얻는다고 조사된 것보다 높다.
하지만 이번 여론 조사에 참여한 공화당 조사원 데이비드 리는 민주당과 해리스가 여론조사 결과에 낙관하는 것은 이르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리는 “민주당원과 많은 언론은 격차가 줄어든 여론조사 결과를 내세우겠지만 2020년 선거를 앞두고 월스트리트저널이 그해 7월과 8월 바이든이 트럼프에 각각 9% 포인트, 11% 포인트 앞선다고 나온 것을 잊어버리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2020년 선거와 비교할 때 매우 유리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덧붙였다.
전체 투표자 숫자가 아니라 선거인단 확보 숫자에 따라 대선 결과가 갈리는 상황에서 트럼프가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실제 2016년 트럼프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300만표 가까이 뒤지고도 538명의 선거인단 중 300명 이상을 확보해 대선에서 승리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