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외교장관이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 관련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만나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양국 간 협력을 이어가기로 합의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26일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NCC)에서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과 한·일 외교장관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 등에 대해 협의했다.
조 장관은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한·일 양국의 외교 장관들이 이렇게 지속적인 소통을 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수시로 편하게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들이 굉장히 중요하고 그렇게 우리가 바꾸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세계 평화와 안보가 심각한 위협을 받는 지금, 가치와 이익을 공유하는 양국이 함께 협력하고 연대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우리는 그 시점에서 매우 소중한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가미카와 외무상도 “이렇게 시의적절하게 의견을 교환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국제사회가 역사의 전환점에 놓인 가운데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이어 “이렇게 많은 문제가 산적해 있는 가운데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 일·한 간 공조는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이날 두 장관이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 등 복합도발과 최근 북·러 간 밀착에 대해 우려를 공유하고 북한의 거듭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을 허용하면 안 된다는 점에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두 장관은 비핵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단합된 메시지를 위해 협력을 이어가기로 합의했다.
이날 회담은 기존에 계획했던 시간보다 더 길게 이어졌다. 본래 20분가량 예정됐던 회담은 50분 가까이 이어졌다.
모두발언에서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두 장관은 27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제46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사도광산 등재 결정을 하루 앞두고 관련 논의를 진행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도광산은 일제강점기 때 조선인 강제노역이 이뤄진 곳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일본이 ‘전체 역사’ 반영을 약속했다며 “투표 대결 없이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오후 정례 기자회견에서 “세계유산 등재 실현을 위해 한국과 성실하게 논의하고 있지만 세부사항에 대해서는 외교상 교류이기 때문에 (언급을) 자제하고자 한다”며 “등재를 위해 무엇이 가장 효과적인가 하는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해 정부가 하나 돼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비엔티안=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