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 보유 현금 600억… 미정산금 3분의 1 불과

입력 2024-07-26 14:09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티몬 사옥에 환불과 판매금 정산을 요구하는 소비자와 판매자들이 진을 치고 있다. 뉴시스

이커머스 기업 티몬과 위메프의 유동성 위기가 수면 위로 떠오른 가운데 두 회사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이 600억원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1600억~1700억원에 이르는 미정산 판매금의 3분의 1 수준이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티몬의 2022년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80억원, 현금화 가능한 매출채권 및 기타 채권은 197억원이다. 티몬은 2023년 재무제표를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최근 수년간 1000억원 수준의 영업손실을 냈던 것으로 볼 때 실제 동원 가능한 현금은 이보다 적을 가능성이 크다.

위메프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71억원, 매출채권 및 기타 채권은 245억원 보유하고 있다. 티몬·위메프 두 기업의 동원 가능한 현금을 합하면 최대 593억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두 회사가 금감원에 보고한 미정산 판매금 총액의 3분의 1가량이다.

실제 피해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가능성이 있다. 전날 서울 강남구 티몬 사옥에서 발견된 직원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메모에는 ‘5000억~7000억원(티몬)+예상 1조원 이상’이라고 적혀 있다. 티몬의 미정산 판매금만 5000억~7000억원에 모기업 큐텐, 계열사 위메프·위시 등을 합하면 1조원 이상이 될 수 있다고 추산한 것으로 보인다.

티몬·위메프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으로 고객의 구매금 환불은 가능할지 몰라도 판매금 정산은 쉽지 않아 보인다.

결제 대행(PG)사가 모두 철수하며 티몬·위메프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계좌 이체 외 결제가 불가능해 상품이 팔리지도, 돈이 원활히 들어오지도 않는 것이다. 따라서 두 회사가 재기하려면 외부에서 자금이 수혈돼야 한다.

자금을 공급할 수 있는 곳으로는 큐텐 그룹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이 꼽힌다. 우선 큐텐의 2대 주주인 미국 몬스터 홀딩스가 있다. 몬스터 홀딩스는 미국계 사모 펀드(PEF)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앵커에퀴티파트너스가 공동 출자해 세운 특수목적법인(SPC)으로 티몬의 대주주였다.

큐텐이 2022년 9월 지분 교환 방식으로 티몬을 인수할 때 주식 81.7% 전량을 내주고 큐텐과 큐익스프레스(큐텐 그룹의 물류 자회사) 지분을 확보했다.

큐텐의 주주 중 하나인 원더홀딩스도 자금 공급처로 거론된다. 위메프 대주주였던 원더홀딩스는 지난해 4월 몬스터 홀딩스처럼 큐텐에 주식을 넘겨주면서 큐텐 지분을 받았다.

이 밖에 2020년 말 큐텐이 발행한 3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인수했던 PEF 운용사 코스톤아시아, 큐텐 주식 일부를 보유한 NXC(넥슨 그룹 지주사)·넥슨코리아 등도 자금을 수혈할 후보자로 꼽힌다.

티몬·위메프 관계자는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큐텐 그룹 전체가 자금을 수혈해줄 곳을 찾고 있다. 협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