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군의 전략폭격기 H-6K가 처음으로 미국의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했다. 미 대륙을 공격할 수 있는 장거리 순항 능력을 과시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와 미국 CNN 등에 따르면 장샤오강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25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이날 베링해 영공에서 합동 전략 항공 순찰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도 러시아 Tu-95MS 폭격기와 중국 H-6K 폭격기가 러시아 항공우주군 Su-30SM과 Su-35S의 호위를 받으며 추코카해, 베링해, 북태평양에서 합동 순찰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미국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도 알래스카 인근 국제공역에서 러시아 군용기 2대와 중국 군용기 2대가 발견됐다고 확인했다. 이 중 H-6K는 처음으로 알래스카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했다. 미국 F-16, F-35 전투기, 캐나다 CF-18 전투기가 출격해 이들 폭격기와 전투기를 감시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중국 군사 전문가 장쉐펑을 인용해 “중국 폭격기가 알래스카 근처를 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알래스카 방공식별구역(ADZ)은 북쪽으로 북극해 가장자리의 보퍼트해 일부, 남쪽으로 베링해의 상당 부분을 포함하는 매우 넓은 지역이다. 장쉐펑은 “이번이 중국 폭격기의 전략 순항 임무 중 중국 본토에서 가장 먼 거리”라며 “이번이 마지막은 아닐 것”이라고 분석했다.
H-6K는 장거리 지상 공격 미사일을 탑재하고 적 전투기의 요격 반경 밖에서 대지상 및 대해상 공격을 수행할 수 있다. 공중 재급유가 가능해 작전반경도 넓다.
중국과 러시아는 2019년 7월부터 동북아시아에서 합동 전략 항공 순찰을 시작해 최근에는 1년에 2차례 합동 순찰을 실시하고 있다.
CNN은 “러시아 항공기가 ADZ에 진입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이 영공에서 합동 작전을 펼친 것은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이전까지 중·러 합동 전략 항공 순찰은 대부분 동해, 동중국해, 서태평양에서 이뤄졌다.
장쉐펑은 “이번 합동 순찰에 참가한 중국 폭격기는 러시아 본토에서 이륙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이는 중국과 러시아 공군이 지휘 조정, 통신, 군수 지원 분야에서 높은 수준의 호환성을 달성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글로벌타임스에 “ADZ는 미국 영공이 아니며 이곳 비행은 국제법과 국제 군사관행을 준수한 것”이라며 “미국이 문전에서 중국군의 존재를 보는 것에 불편함을 느꼈다면, 익숙해지거나 중국의 문전에 미군을 보내 중국의 안보를 위협한 것을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