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특검법’ 이탈표에 뒤숭숭…‘실수’냐 ‘반기’냐

입력 2024-07-26 12:48 수정 2024-07-26 13:47
우원식 국회의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채상병특검법' 재의결 안건에 대한 무기명 투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권 내부에서 ‘채상병 특검법’ 재표결 도중 나온 최소 4표의 ‘이탈표’를 놓고 뒤숭숭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단순 실수” “약간의 착오”라며 진화에 나섰다. 다만 일각에서는 “실수라기엔 석연치 않다”는 반응도 나온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26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특검법이 절대 통과되면 안 된다고 말씀드렸다”며 “우리 의원들이 단결해서 막아낸 것이라 평가한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이어 ‘야당은 이탈표와 관련해 여당 단일대오가 무너졌다고 본다’는 지적에는 “(민주당은) 꿈이 소박한 것 같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그렇게까지 해석할 문제는 아니고 약간의 착오가 있었다는 것으로 들었다”며 “거부권이 가(可)냐 부(否)냐 착오가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이탈표 논란’의 확산을 사전봉쇄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채상병 특검법은 지난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무기명으로 진행된 재표결 결과 재석의원 299명 가운데 찬성 194표, 반대 104표, 무효 1표로 부결됐다. 6명의 찬성표가 더 있었으면 특검법 통과가 가능했던 상황이었다. 이날 나온 무효표는 반대를 뜻하는 ‘부’(否)를 잘못 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표결에는 미국 출장 중인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을 제외하고 여야 모든 의원이 출석했다.

의석수 108명인 국민의힘에서 반대표가 104표에 그친 것을 두고는 최소 4명이 이탈표를 던진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국민의힘은 ‘반대 표결’을 당론으로 정한 상태였다. 지난 4일 기명으로 이뤄진 첫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졌던 안철수 의원을 제외하면 최소 3명이 당론과 다른 투표를 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번 이탈표는 의도적인 게 아니라 실수라는 입장이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명은 명시적으로 착오가 있어서 그렇게 기표했다는 게 확인됐고, 나머지 표들도 역시 실수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 일각에서는 ‘고의적인 이탈표’라는 해석도 있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SBS라디오에서 “가결과 부결을 헷갈려서 그랬을 거라고 하는 것(해석)도 있는데, 가부를 판단 못하면 국회의원 자격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무효표 오기’에 대해서도 “오탈자도 말이 안 되고, 제 생각에는 이탈표라고 봐야 될 것 같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친한(친한동훈)계의 ‘흔들기’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 수도권 의원은 “친한계에서 일부러 찬성표를 던져 단일대오가 깨졌다는 걸 보여주려 한 것이 아닌가”라며 “한 대표가 주장한 ‘제3자 추천 특검법’을 밀어붙이려는 ‘빌드업’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한 중진 의원은 “단일대오를 깨려면 더 많은 이탈표가 나왔어야 했다”며 “친한계 반란표라기에는 숫자가 너무 적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오히려 ‘반란표 논란’이 커지는 건 민주당의 ‘이이제이’(오랑캐로 오랑캐를 제압한다) 전략이나 친윤(친윤석열)계의 친한계 견제로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구자창 이강민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