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日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 예상”…조선인 강제노역 반영 약속

입력 2024-07-26 11:33
사도 광산 유적 중 하나인 도유(道遊)갱 내부의 모습. 연합뉴스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이었던 일본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가 이뤄질 전망이다. 정부는 일본이 강제노역 등 전체 역사를 반영하기로 약속한 점을 고려해 등재에 동의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26일 기자들과 만나 “어려운 과정 끝에 가까스로 한·일 합의가 막판에 다다랐다”며 “앞으로 24시간 안에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인도 뉴델리 세계유산위원회(WHC)에서 투표 대결 없이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사도광산은 일본 니가타현 사도섬에 있는 일제강점기 조선인의 강제노역 현장이다. 일본 에도시대(1603~1868년)부터 유명한 금광이었으며 태평양전쟁 때는 전쟁물자 확보에 활용됐다.

WHC는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회의를 통해 사도광산 등 신규 등재 안건을 심사 중이다. 사도광산의 최종 등재는 27일 확정된다. WHC 21개 위원국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되지만 관례상 전원 동의가 필요한 구조다. 한국과 일본은 모두 위원국이며 우리 정부가 동의하지 않으면 사실상 등재가 어렵다.

정부는 일본이 전체역사 반영을 비롯해 이를 구체적으로 이행하겠다는 약속을 했기 때문에 이번 등재에 동의하기로 했다. 외교부는 조선인 강제노역을 포함한 전체역사를 설명한다면 사도광산 등재에 동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가 등재에 동의한 이유는 두 가지”라며 “첫 번째는 일본이 ‘전체역사’를 반영하겠다고 약속했고 두 번째는 이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이미 취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동의로 사도광산은 세계유산에 등재될 것으로 보이지만 일부 국가가 반대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외교부는 일본 정부와 협상이 비밀리에 진행됐기에 사도광산 강제노역 피해자의 유족들에게는 관련 내용을 전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외교부 당국자는 “유족들이 유네스코 등재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고 사실 기록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 (요구의) 핵심이었다”며 “그분들의 요구 사항이 어느 정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아사히신문은 이날 사도광산에서 한·일 양국이 조선인 노동자 역사를 현지에서 전시하는 것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보도에 대해 알고 있지만 현재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중이므로 현시점에서 언급하는 것은 삼가고 싶다”고 밝혔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