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 감동시킨 ‘교회를 PC방으로 만든 목사님’

입력 2024-07-28 00:03
“아이들이 PC방에 가면 스스럼없이 욕을 해요. 그런데 교회에 있으면 특유의 분위기 덕분인지 아이들이 욕하지 않아요. 저는 그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라고 생각해요.”

'교회를 PC방으로 만든 목사'라는 별명의 전웅제 목사가 맡아 이끄는 하늘샘교회를 찾은 아이들 모습. 전 목사 제공


‘교회를 PC방으로 만든 목사’라는 별명이 붙은 전웅제(43) 목사가 최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회자되면서 칭찬과 비판을 넘나드는 평가에 대해 내놓은 해명이다. 전 목사는 2011년 연고도 없는 경기도 의정부에서 성도가 한 명도 없는 교회를 맡으며 갈 데 없는 동네 아이들을 PC방으로 꾸민 교회로 초대했다. 어느 겨울날 거리에 놓인 오락기 앞에서 추위에 떨며 게임을 하던 아이를 안타깝게 생각한 뒤였다. 그는 ‘동네 아이들과 게임을 하는 목사’로 소문이 났다. 교회를 찾은 이들 중 학교와 집에서 방황하는 아이들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1~2년 하다 말겠지’라는 예상과 다르게 전 목사는 서른 무렵 시작한 그 결심을 13년째 이어가고 있다. 최근 국내 한 커뮤니티엔 전 목사가 4년 전 출연한 기독교 방송이 캡처돼 퍼졌다. 반기독교적인 분위기가 짙은 온라인 커뮤니티 특성에도 불구하고 그의 사연엔 “오랜만에 응원하고 싶은 목사님을 만났다” “이웃에게 사랑을 실천하는 게 모습이 간만에 보기 좋다”는 식의 칭찬이 이어졌다. 전 목사를 넉달 전 조명한 또 다른 방송 영상은 인스타그램에서 200만회 재생수를 기록하는 등 관심을 받기도 했다.

전웅제 목사가 소개된 한 기독교 방송 영상이 205만 재생수를 기록한 모습. CTS 인스타그램 화면 캡처

전 목사가 맡아 이끄는 하늘샘교회에는 하루 평균 10~15명 동네 아이들이 게임을 하러 온다. 보통의 교회가 예배 시간 이외에 비어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마치 PC방에 온 듯 교회에서 컵라면을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전 목사는 “오늘(25일)도 방학식을 마친 초등학생 친구 5명이 컵라면을 일단 먹고 게임을 하고 있는 걸 확인하고, 나는 집회에 강연을 하러 나왔다”고 웃었다. 교회엔 7대의 컴퓨터가 설치돼 있다. 전 목사는 “피파, 발로란트 등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임이 돌아갈 정도의 사양은 된다”고 귀띔했다.

학교 마치고 교회에 온 아이들이 컵라면을 먹고 있는 장면. 교회에서 시간을 보다가 학원을 가곤 한다고 전웅제 목사는 전했다. 전 목사 제공


전 목사가 교회를 PC방으로 만든 사연은 기독교계에서도 갑론을박을 낳았다. 그가 4년 전 기독교 방송에 출연한 영상에는 “게임을 하지 말라고 해도 시원찮은데 교회가 게임을 조장하냐” “교회가 이렇게 세상과 타협하는 게 옳으냐”는 식의 비판이 댓글로 이어졌다. 최근 커뮤니티에 퍼진 게시물에도 긍정적인 반응이 상당수였지만, 그때와 비슷한 논조의 반대 의견이 달렸다.

전웅제 목사가 소개된 2019년 영상이 최근 국내 커뮤니티에 회자되고 있다. CBS 유튜브 화면 캡처


그러나 전 목사의 목회 철학에 공감하며 악플과 맞선 이들은 다름 아닌 이 교회의 어린이·청소년들이었다. 아이들은 실명으로 댓글을 달면서 “거리에서 방황하던 저를 따뜻한 곳으로 품어준 교회다. 욕하지 말아달라” “‘저런 게 무슨 교회냐, PC방이지’라고 비판하시는데 컴퓨터 좀 가져다 놓았다고 교회라는 본질이 바뀌진 않는다”며 전 목사를 감쌌다. 전 목사는 기독교 가정에서 자라나지 않아 교회 용어가 익숙치 않은 아이들에게 설교를 쉽게 이해시키려고 아이들이 즐겨쓰는 이른바 ‘급식체’를 설교 시간에 활용하는 등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려고 무던히 노력했다.

히늘샘교회 벽면 장식.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져 있다. 전웅제 목사 제공


학생 성도가 많은 교회이다 보니 ‘헌금하는 이들이 없어서 어쩌냐’는 걱정이 비기독교인 네티즌으로부터 나오기도 한다. 전 목사는 “목회 취지에 공감하는 이들의 따스한 손길들이 늘 있었다”고 했다. 집회나 외부 강연 등으로 생기는 수익도 교회 재정으로 활용된다. 현재 이 교회는 유치원부터 고등학생 등 학생 성도 40여명과 어른 30여명이 함께 예배를 드리고 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