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를 PC방으로 만든 목사’라는 별명이 붙은 전웅제(43) 목사가 최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회자되면서 칭찬과 비판을 넘나드는 평가에 대해 내놓은 해명이다. 전 목사는 2011년 연고도 없는 경기도 의정부에서 성도가 한 명도 없는 교회를 맡으며 갈 데 없는 동네 아이들을 PC방으로 꾸민 교회로 초대했다. 어느 겨울날 거리에 놓인 오락기 앞에서 추위에 떨며 게임을 하던 아이를 안타깝게 생각한 뒤였다. 그는 ‘동네 아이들과 게임을 하는 목사’로 소문이 났다. 교회를 찾은 이들 중 학교와 집에서 방황하는 아이들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1~2년 하다 말겠지’라는 예상과 다르게 전 목사는 서른 무렵 시작한 그 결심을 13년째 이어가고 있다. 최근 국내 한 커뮤니티엔 전 목사가 4년 전 출연한 기독교 방송이 캡처돼 퍼졌다. 반기독교적인 분위기가 짙은 온라인 커뮤니티 특성에도 불구하고 그의 사연엔 “오랜만에 응원하고 싶은 목사님을 만났다” “이웃에게 사랑을 실천하는 게 모습이 간만에 보기 좋다”는 식의 칭찬이 이어졌다. 전 목사를 넉달 전 조명한 또 다른 방송 영상은 인스타그램에서 200만회 재생수를 기록하는 등 관심을 받기도 했다.
전 목사가 맡아 이끄는 하늘샘교회에는 하루 평균 10~15명 동네 아이들이 게임을 하러 온다. 보통의 교회가 예배 시간 이외에 비어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마치 PC방에 온 듯 교회에서 컵라면을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전 목사는 “오늘(25일)도 방학식을 마친 초등학생 친구 5명이 컵라면을 일단 먹고 게임을 하고 있는 걸 확인하고, 나는 집회에 강연을 하러 나왔다”고 웃었다. 교회엔 7대의 컴퓨터가 설치돼 있다. 전 목사는 “피파, 발로란트 등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임이 돌아갈 정도의 사양은 된다”고 귀띔했다.
전 목사가 교회를 PC방으로 만든 사연은 기독교계에서도 갑론을박을 낳았다. 그가 4년 전 기독교 방송에 출연한 영상에는 “게임을 하지 말라고 해도 시원찮은데 교회가 게임을 조장하냐” “교회가 이렇게 세상과 타협하는 게 옳으냐”는 식의 비판이 댓글로 이어졌다. 최근 커뮤니티에 퍼진 게시물에도 긍정적인 반응이 상당수였지만, 그때와 비슷한 논조의 반대 의견이 달렸다.
그러나 전 목사의 목회 철학에 공감하며 악플과 맞선 이들은 다름 아닌 이 교회의 어린이·청소년들이었다. 아이들은 실명으로 댓글을 달면서 “거리에서 방황하던 저를 따뜻한 곳으로 품어준 교회다. 욕하지 말아달라” “‘저런 게 무슨 교회냐, PC방이지’라고 비판하시는데 컴퓨터 좀 가져다 놓았다고 교회라는 본질이 바뀌진 않는다”며 전 목사를 감쌌다. 전 목사는 기독교 가정에서 자라나지 않아 교회 용어가 익숙치 않은 아이들에게 설교를 쉽게 이해시키려고 아이들이 즐겨쓰는 이른바 ‘급식체’를 설교 시간에 활용하는 등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려고 무던히 노력했다.
학생 성도가 많은 교회이다 보니 ‘헌금하는 이들이 없어서 어쩌냐’는 걱정이 비기독교인 네티즌으로부터 나오기도 한다. 전 목사는 “목회 취지에 공감하는 이들의 따스한 손길들이 늘 있었다”고 했다. 집회나 외부 강연 등으로 생기는 수익도 교회 재정으로 활용된다. 현재 이 교회는 유치원부터 고등학생 등 학생 성도 40여명과 어른 30여명이 함께 예배를 드리고 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