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메프 환불해주는데 우린!”…티몬 몰려간 수백명 분노

입력 2024-07-26 05:09
25일 오후 피해자들이 서울 강남구 티몬 신사옥 사무실에서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싱가포르 이커머스 플랫폼 큐텐의 계열사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진 가운데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위메프와 티몬의 본사에 각각 환불을 요구하는 소비자 수백명이 몰려들었는데 대응 면에선 양사가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25일 밤 강남구 신사동의 티몬 신사옥 건물에 모인 소비자 수백명은 분통을 터뜨렸다. 앞서 위메프의 경우 류화현 대표가 직접 삼성동 본사를 찾아 현장 환불을 진행하고 피해 상황과 대응 방안을 설명한 반면 티몬은 아예 건물을 폐쇄해버린 것을 두고 분노한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와 티몬 직원들이 내부 회의실에 있단 소식이 들리자 건물 바깥에 있던 소비자들의 분위기는 험악해졌다. 이들은 건물 관리인이 출입하는 틈에 함께 지하 1층으로 진입해 귀가하려는 티몬과 공정위 직원들을 막아서고 “관계자 불러내라” “입장 발표해라” “위메프는 환불해 주는데 우린 왜 안해주냐” 등의 고성을 질렀다.

공정위 직원은 “저희는 피해 확산을 막아보기 위해 조사하러 나왔다. 속 시원히 답을 해드리면 좋겠지만 피해 규모를 확인하고 있다”면서 “소비자원에서 집단 분쟁조정을 접수받고 있고 민사소송도 지원할 계획”이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25일 서울 강남구 티몬 본사 앞에서 환불을 원하는 피해자들이 우산을 쓰고 사측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티몬 신사옥에서 피해자들이 건물 내부로 진입해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티몬 피해자 수백명은 이날 오전에 인근 구사옥 건물 앞에 모여 무더위 속에 대기하다가 공정위 직원들이 신사옥을 찾았단 소식에 10분 거리 신사옥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류광진 대표를 포함한 직원들을 마주하지 못한 상태로 사무실만 점령한 상태였다.

류광진 대표는 이날 오후 5시45분쯤 자료를 통해 “피해 구제와 함께 결제 재개 등 고객과 판매자들의 불안감을 덜어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정산 지연 또한 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서면으로만 의견을 전달했다.

앞서 위메프 본사에서는 전날 새벽부터 현장 환불이 이뤄졌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피해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사람들이 붐비자 현장 접수를 중단하고 QR코드를 통한 환불 신청을 안내했다. 이날 오후 6시 기준 1300명이 넘는 고객이 위메프 본사 사무실에서 환불을 받았다. 저녁 무렵에는 본사를 찾은 소비자 상당수에 대한 환불이 완료됐다.

2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에서 정산 지연 사태 관련 고객들이 환불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류화현 위메프 대표이사가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에서 환불금미지급 사태 관련 고객 항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현장을 찾은 위메프의 류화현 대표는 “위메프 미정산 금액은 400억원 정도로 확인됐고, 티몬의 액수는 정확히 모른다”면서 “지금 소비자 회복을 하고 있는데 저희 법인 통장에 가압류가 들어올 수도 있다. 이는 최악의 상황으로, 만약 가압류 되면 소비자 환불을 할 수 없게 된다. 만약 회생절차를 밟더라도 소상공인과 영세상공인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위메프에서 발생한 판매자 정산 지연 사태는 다른 계열사인 티몬으로까지 확산해 보름 넘게 이어지며 장기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 피해 규모가 1000억원 이상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공정위는 이날 오후 위메프와 티몬 본사에 각각 조사관을 급파해 정산 지연 사태와 관련한 조사를 시작했다. 공정위는 현장 점검을 통해 주문을 취소한 소비자에게 대금 환불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와 재화와 서비스 공급을 계약 내용대로 이행하고 있는지를 점검한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