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살아난 ‘우생순 DNA’… 女핸드볼, 예선 1차전 독일 격파

입력 2024-07-26 01:22
한국 여자 핸드볼대표팀이 2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아레나 파리 쉬드 6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독일과 A조 여자 핸드볼 1차전에서 23대 22로 승리한 후 환호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코리아! 코리아!”

파리올림픽 한국 유일 구기 종목인 여자 핸드볼대표팀이 조별리그 1차전에서 독일을 꺾고 값진 1승을 따냈다. 애초 독일의 일방적 우세가 예상됐지만, 우리 선수들의 집중력과 투혼으로 경기는 시종 접전이었다. 팽팽한 시소게임 끝에 승리를 알리는 종료 휘슬이 울리자마자, 한국 팬들은 태극기를 들고 일어나 선수들을 향해 환호성을 보냈다.

헨리크 시그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핸드볼대표팀은 2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사우스 파리 아레나 6에서 열린 독일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23대 22로 이겼다. 세계랭킹 22위인 한국은 6위 독일보다 객관적인 전력상 약세라는 평가였지만, 모두의 예상을 뒤집고 감격적인 승리를 거뒀다.

센터백 강경민(SK슈가글라이더즈)의 선제 득점을 시작으로 포문을 연 한국은 전반전 내내 독일과 대등한 경기력을 펼쳤다. 대표팀 에이스 류은희(헝가리교리)와 강경민이 쌍포로 나서며 6-6 동점을 만든 후 기세를 잡았다. 이후 피봇 강은혜(SK슈가글라이더즈), 라이트백 전지연(삼척시청), 레프트백 김다영(부산시설공단)까지 포지션을 가리지 않고 지원사격에 나서며 한국은 전반 한때 11-8, 3점 차로 달아났다. 한국의 집요한 합동 수비에 발이 묶인 독일은 슈팅이 골대 밖으로 벗어나며 고전했다. 한국은 11-10, 아슬아슬한 1점 차 리드로 전반전을 마쳤다.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독일이 한 점을 만회한 후 거친 몸싸움이 이어졌다. 한국은 류은희의 솔로 중거리슛과 강경민-강은혜의 연계플레이로 한동안 동점을 유지했지만 베테랑 피봇 마이케 슈멜처와 2023-2024 핸드볼 유럽챔피언스리그 베스트 7 출신 레프트 백 제니아 스미츠가 골문을 열며 4점 차까지 리드를 내줬다.

그러나 한국도 포기하지 않았다. 끈질긴 리바운드 이후 위기 순간마다 류은희가 해결사로 나서며 추격의 고삐를 좼다. 골키퍼 정면 앞에서 기회를 노리던 강은혜의 득점이 터지며 1점 차로 따라붙는 순간 객석에선 자연스레 “코리아 코리아” 응원구호가 터졌다. 20-20 동점을 만든 한국은 상대 공격 반칙으로 두 차례 7m 드로우 기회를 얻어 어렵사리 다시 한 점 차 리드를 가져왔다.

경기 종료까지 남은 시간은 3분. 골키퍼 박새영(삼척시청)이 두 차례 선방쇼를 펼친 후 공격 기회를 잡은 한국은 독일의 장신 수비벽을 피해 공격 틈을 살피다 강경민의 쐐기골로 승리에 마침표를 찍었다. 패시브(의도적인 경기지연) 상황에서 터진 골로, 수 싸움에서부터 우위를 점했다. 경기 후 강경민은 “패시브 상황이 되면 모든 유럽 선수들은 은희 언니가 슛을 때린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 점을 예측하고 제가 때리겠다고 했다. 그게 잘 통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은 28일 슬로베니아와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

파리=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