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를 받는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구속 이후 두 번째 검찰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증거를 충분히 확보했다”면서 김 위원장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25일 오후 2시부터 김 위원장을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엔터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엔터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인 12만원보다 높게 설정해 놓으려는 목적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는다. 김 위원장은 지난 23일 구속된 뒤 24일 첫 소환 조사를 받았다.
김 위원장은 SM엔터 인수 과정에서 어떤 불법 행위도 지시하거나 용인한 적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혐의에 대한 김 위원장의 입장은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전했다.
검찰은 김 위원장의 혐의를 입증할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공모 관계나 시세조종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는 물적 증거나 그에 부합하는 인적 증거를 충분히 확보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해 2월 16~17일과 27~28일 카카오가 사모펀드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한 채 약 2400억원을 동원, 553차례에 걸쳐 SM엔터 주식을 고가 매수하는 과정에서 김 위원장의 지시 또는 승인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검찰은 SM엔터 인수전에서 전형적인 시세조종 양태가 발생한 점에 방점을 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고가 매수 주문이나 물량 소진 주문과 같은 전형적인 시세조종 매매 양태가 확인됐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SM엔터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구속된 사람은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와 지모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 김 위원장 등 모두 3명이다. 검찰 관계자는 “김 위원장뿐 아니라 배 대표와 지 대표까지 3번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때도 이 부분(시세조종 양태)을 소명했다”며 “세 차례의 영장 청구 모두 발부가 된 걸 보면 (증거 확보를) 충분히 증명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반면 카카오 측은 SM엔터 인수과정에서 회사가 정상적으로 지분을 매입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검찰은 장내 매수행위 자체를 불법으로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카카오가 대형 공개매수나 인위적 조작 없이 장내 매수를 하고, 그 수량이 5%가 넘으면 공시하는 적법한 방법을 따르지 않았기에 문제라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카카오는 SM 엔터를 취득하기 위해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막으려는 의도를 숨기면서 대형 공개매수를 하지 않았다”며 “또 지분 취득이 공개되지 않기 위해 원아시아파트너스까지 동원하면서 카카오 자체적으로 5% 이내로 몰래 장내매수를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시 장내 매입으로 하이브의 공격을 실패시키는 방법은 SM엔터의 주가를 12만원 이상으로 유지하는 방법이 유일했다. 인위적인 조작으로 SM주가를 고정했기 때문에 시세조종 범행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김 위원장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지난해 2월 28일 1300억원을 동원한 시세조종 혐의만 적시한 것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날은 2월 16~17일과 27~28일 중 유일하게 원아시아파트너스의 자금이 투입되지 않은 날이다. 이를 두고 검찰이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김 위원장의 공모관계 입증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검찰 측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영장 청구 당시에는 엄격히 판단해 다툴 여지가 없다고 판단되는 부분으로 청구하는 게 취지에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대기업 총수인 김 위원장의 구속 사유로 도주 우려가 적시된 것이 이례적이라는 일각의 평가에 대해서 “전혀 이례적이지 않다”며 “혐의가 중대할 경우 법원은 일반적으로 피의자가 처벌을 피하고자 도주할 우려가 크다고 판단한다”고 반박했다.
향후 검찰은 한 차례 기한 연장까지 포함해 김 위원장을 최장 20일간 구속할 수 있다. 검찰은 구속 기간 김 위원장을 상대로 시세조종 가담 여부를 조사한 뒤 기소할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구속이 끝나는 날이 기소 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