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를 일으킨 티몬과 위메프의 재무 업무를 모회사 큐텐의 자회사 큐텐테크놀로지 소속 직원이 겸직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큐텐의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불투명한 회계와 경영이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된 만큼 그룹을 설립한 구영배 큐텐 대표가 직접 상황을 수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류화현 위메프 대표는 25일 ‘재무팀이 별도로 없냐’는 질문에 “위메프는 상품기획자(MD)와 마케팅만 자체 인력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재무 등 나머지는 큐텐에서 관리하고 있다”고 연합뉴스에 답했다.
류 대표는 “현재 큐텐 재무파트에서 일일 단위로 미정산 사태 등과 관련해 공유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류 대표에 따르면 위메프의 미정산액은 400억원이다. 업계에서는 티몬의 미정산액이 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티몬과 위메프의 미정산액을 합치면 최소 17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피해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티몬과 위메프가 판매대금을 기업 인수나 경영자금으로 유용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업계는 구 대표가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의 미국 나스닥 상장을 위해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 등을 공격적으로 인수한 후 지난 2월 위시를 약 2300억원에 사들이면서 자금난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모기업 큐텐은 지난해부터 판매대금 정산이 밀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이달 초 위메프, 티몬 등으로 정산 지연이 이루어지는 등 기업 인수를 위한 자금이 필요했다는 분석이다.
티몬과 위메프 사태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업계에서는 구 대표가 직접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영과 회계의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구 대표의 공식 입장 발표는 없었다.
경영권의 꼭대기에 있는 큐텐은 싱가포르에 있는 비상장사로 사업 확장 과정, 재무 구조 등을 투명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티몬, 위메프 등의 자본 상황도 여의치 않다. 티몬은 2017년부터 자본잠식 상태로 2022년 유동부채가 7193억원에 이르렀다. 티몬은 4월 기한인 지난해 감사보고서를 아직 공시하지 않았다. 위메프의 유동부채도 지난해 3098억원에 달했다.
앞서 류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구 대표는) 한국에 계시고 그룹사 전체 활동을 하고 있다”며 “저도 사실 오늘 기자회견이 아니면 (구 대표와) 미팅에 들어갔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구 대표는 인터파크 사내벤처인 ‘구스닥’을 모태로 G마켓을 설립해 2009년 이베이에 매각했다. 이후 2010년 싱가포르에 지오시스(현 큐텐테크놀로지)를 설립한 후 일본,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중국, 홍콩 등 아시아 중심의 인터넷 쇼핑몰 ‘큐텐’을 운영해왔다. 큐텐익스프레스는 이들 쇼핑몰의 물류를 위한 자회사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