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도 ‘지피지기 백전백승’… 해외선교 키워드, 3040·비즈니스·멘토링

입력 2024-07-25 16:02 수정 2024-07-25 16:48
게티이미지뱅크

언어와 문화가 다른 곳에서 구령 사역을 펼치는 해외 선교사 2명 중 1명 이상은 선교 사역의 컨설팅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선교사 고령화’ 추이 속에서 30·40세대 선교사 발굴과 함께 현지인 지도자를 양성하며 현지인 중심의 사역도 미래 과제로 대두됐다. 자비량 선교의 한계를 극복할 대안으로 ‘비즈니스 선교’(Business As Mission)도 주목받고 있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는 25일 서울 동작구 KWMA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4 해외선교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KWMA와 목회데이터연구소(목데연)는 지난 1월 초부터 한 달간 KWMA 소속 해외선교사 32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를 진행했다.

지용근 목회데이터연구소 대표

보고서에 따르면 선교사 3명 중 1명 이상은 부임 전 사역자를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교국 부임 전 사역지 이해 수준’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 60% 이상은 선교지에 대해 미리 파악했으나 선교지에 대해 파악하지 않은 답변이 36.4%나 됐다. 해외 선교지 준비가 사전부터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함을 내포한 대목이다.

선교사와 이들을 파송한 기관은 어떤 관계일까. 60%에 달하는 응답자는 ‘협력·지원 관계’(58.9%)로 답했고, 31.3%는 ‘협력보다 단순 후원 관계 수준’이라고 했다.

선교사 절반가량은(44.8%) 선교 사역에 있어 전문적인 컨설팅을 필요로 했다. 그럼에도 선교사 대다수는 선교사역 컨설팅을 받지 못했다. ‘선교 사역 컨설팅을 받은 경험 여부’에 대해 83.8%는 ‘없다’고 대답했다. 컨설팅을 받은 응답자는 16.2%에 불과했다. ‘선교 사역 컨설팅 효과 여부’에 대해 컨설팅을 경험한 응답자 77.6%는 ‘도움이 됐다’고 답변했다.

준비되지 않은 채 선교지로 나가면 현지 문화와 현지인 등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선교사 문제’에 대한 질문에 ‘선교사의 현지 문화, 현지인에 대한 이해와 존중 부족’이 21.2%로 가장 높게 나왔다. 이어 ‘자기 위주의 선교 활동’(13.1%) ‘장기적인 선교 사역 비전·전략 부재’(12.1%) 등의 순으로 나왔다.

강대흥 KWMA 사무총장은 “파송 기관이 선교사를 파송만 하고 손 놓고 있어선 안 된다. 그러면 행정적 관계에 불과하다”며 “앞으로 선교지 이해를 돕는 ‘연장 교육’ 등 선교사를 위한 컨설팅 프로그램이 더욱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용근 목데연 대표도 “선교기관뿐 아니라 선교사를 파송하는 교단 안에도 컨설팅 프로그램이 동반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교회 개척 등 눈에 보이는 선교 사역이 열매로 인식되는 패러다임도 지양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 선교 정책의 문제점에 대해 선교사 절반가량은(41.2%) ‘성과주의·외형주의적 선교’를 꼽았다. ‘개교회 중심적 선교로 인한 체계적인 선교 정책 부재’(15.4%) ‘파송단체·교회 중심적 선교’(11%) 등의 순으로 나왔다.


한국 선교가 건설적 방향으로 발전하려면 차세대 선교사를 발굴하고 전략적 선교를 마련해야 한다. ‘한국 선교의 미래 과제’(그래픽)에 대해 ‘선교사 고령화 추세’를 염두에 둔 듯 ‘미래 세대의 선교사 발굴’이 39.5%로 가장 높게 나왔다. ‘선교 전략 수립’(35.3%)과 ‘선교교육 강화’(33.2%) 등의 과제도 눈여겨볼 만하다.

최근 부상하는 ‘글로벌 사우스 운동’에 따라 현지 교회 지도자를 양성하고 현지 교회와의 연합 사역도 미래의 중요한 사역으로 꼽힌다. ‘미래 선교에 필요한 사역’에 대해 ‘선교교육과 선교지 지도자 양육’이 44.1%로 가장 높게 나왔다. 이어 ‘제자 훈련 및 교회 개척’(39.4%) ‘현지 교단과의 연합 사역’(36.7%)순으로 나왔다.

강 사무총장은 “현재는 선교지에서 교회 개척보다 현지인이 그 역할을 하도록 협력·지원하는 일에 관심을 둬야 하는 시대다. 선교사는 산모를 돕는 산파 역할을 하면 충분하다”고 했다. 또 ‘바람직한 선교’로 응답한 ‘교회 개척 및 제자화 사역’(40.6%)에 이어 나온 ‘비즈니스 선교’(16.5%)도 자비량 선교의 한계를 돌파할 대안으로 꼽힌다.


이날 KWMA와 목데연은 업무협약(사진)을 맺고 선교 관련한 공동연구 조사, 세미나·토론회 개최, 자료 정보 교환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글·사진=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