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에서 ‘기독교 콩트’를 릴스(짧은 영상)로 올려 웃음과 복음을 함께 전하는 이가 있다. ‘정많은 정집사’라는 활동명을 가진 정은지(39) 집사는 릴스 끝에 따뜻한 웃음과 함께 손가락 브이 자를 만들면서 “승리”를 외친다. 그 모습으로 인해 ‘승리 집사’라는 별명과 함께 기독교인이 공감할 수 있는 유머를 기독교식 콩트로 전하는 것이 정 집사만의 콘텐츠가 됐다.
가장 화제가 된 것은 정 집사가 인스타에 처음으로 올린 ‘집사님끼리 통화하면 생기는 일’이라는 영상이다. 지난 3월에 업로드된 영상은 ‘집사님끼리 가장 많이 하는 말 Best 3’로 ‘너무 감사하다’ ‘너무 귀하다’ ‘기도할게요 승리’를 꼽고 이를 콩트식으로 재현하는 정 집사의 모습이 나온다. 영상은 일주일 만에 조회수가 40만에 이르렀고 25일 현재는 78만에 도달했다. 콘텐츠에 대한 호응이 계속되자 229명으로 시작했던 팔로워 수도 4개월 만에 1만 7000여 명으로 급증했다.
정 집사는 24일 서울 동작구의 한 카페에서 “아이 둘을 키우는 엄마이자 평범한 주부지만 하나님께서 기독교 개그를 발굴할 수 있는 지혜와 은혜를 주셨다”며 “세상에서 혹은 교회에서 상처와 아픔을 가진 이들을 웃음으로 치유하는 복음 전도자가 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인스타 사역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지난 2월에 갑자기 천장이 빙빙 도는듯한 어지럼증이 생기는 매니에르병을 진단받았다. 이후 약을 항상 갖고 다니면서 먹어야 했고 개인적으로 매우 힘들었다. 당시는 자주 교회에 가서 3~4시간씩 그저 울기만 했다. 그러다 기분전환 겸 인스타 계정에 영상들을 올리기 시작했다. 부활주일에 교인들이 계란을 너무 많이 가져가서 다 떨어진 상황 등 기독교인이 공감할 웃픈 소재를 콩트로 전하는 내용이었다. 생각보다 악플 대신 ‘다들 함께 승리!’ ‘너무 웃기다 우리 엄만 줄’과 같이 함께 즐거워하는 반응이 댓글로 달렸다. 인스타에서 반응이 좋고 하나님께서 콘텐츠에 대한 아이디어를 은혜로 주셔서 오늘날까지 왔다.”
-신앙생활은 언제부터 시작하게 됐는지
“가난하고 힘든 목회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38년째 목회 중인 아버지는 교회첨탑에 십자가를 설치하려다 낙상사고를 겪은 적도 있을 정도로 항상 돈을 아끼고 헌신적으로 사셨다. 그 밑에서 사는 나는 23년 동안 하나님 원망만 했다. ‘하나님 살아계시면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라고 불평하고 하나님 없이 외롭고 힘든 삶을 살았다. 23살에는 3년 동안 준비했던 개그맨 공채 시험에서 떨어져서 스스로 쓸모없는 존재라 여기며 크게 낙심했다.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 죽고 싶어하는 나를 보며 아버지가 10만 원을 쥐여주며 기도원에서 은혜를 받고 오라고 했다. 그곳에서 ‘하나님이 살아있냐’고 따지는 기도를 하던 중 ‘내가 여기 있다’라는 말투로 찾아오시는 하나님을 만났다. 그 후 5년은 세상 때가 묻은 자아를 내려놓게 하셨고 현재는 수원에서 전교인 70명인 사랑스러운교회(최봉진 목사)를 4년째 다니고 있다.”
-사역하면서 주로 어떤 이들을 만나는지
“나와 비슷한 아픔이 있거나 신앙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많은 사람에게 하루에도 수십 개씩 DM(인스타 메시지)가 온다. 그동안 교회를 다닌 적 있지만, 목숨을 포기하려 했던 청년, 발달장애아를 혼자 키우는 미혼모,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져 입원한 상황인 목회자 자녀 등을 만났다. 그들로부터 “영상을 통해 웃음을 되찾았고 위로를 받게 됐다”는 말을 들었다. 내게 아픔과 상처를 경험하게 하신 이유는 다른 사람을 품고 섬길 수 있는 역량을 허락하시기 위함이었던 것 같다. 하나님께서 내게 아픔과 상처를 치유할 약을 발라주신 것처럼 그들에게 하나님의 위로와 치유를 전하는 일을 감당하고 싶다.”
-인스타 사역 중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남편과 예전에 주일학교에서 찬양했던 옛날 찬송가를 부르는 모습도 인스타에 종종 올린다. 한번은 ‘종교는 다르지만 목소리에 반해 30분째 듣고 있어요’ 같은 댓글이 달린 것을 본 적 있다. 정집사 릴스가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선한 영향력을 준다고 느낄 때 참 감사하더라. 최근에는 수원에 있는 한 교회에서 간증 콘서트를 했었다. 마지막 QnA 시간에 친구 따라온 불신여성이 “저 교회 안 다니는데 다니게 될 거 같아요”라고 해서 그 주 토요일에 같이 밥 먹었고 주일부터 수원소망교회 등록해서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다.”
-앞으로의 사역 방향과 활동계획은
“이 사역을 하면서 교회에 상처를 받고 떠난 가나안 성도들도 많이 만났다. 하나님을 믿었던 사람이 교회 안에서 많은 상처를 받는 것과 교회에서 예수님이 아닌 사람이 드러나는 것이 문제인 것 같다. 코로나 이후로 한국교회는 오후 예배가 사라진 경우도 많고 전체적으로 어려워진 분위기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신다면 믿는 자들을 전도하는 것은 물론 한국교회가 코로나로 힘들었던 것들을 다 극복하고 예배가 회복되는 일에 쓰임 받길 원한다.”
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