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거 아니면 다 죽어”… ‘교제살인’ 김레아, 모두 녹음됐다

입력 2024-07-25 15:16
이별을 통보했다는 이유로 여자친구 A씨(21)를 살해하고 그의 모친 B씨(46)에게 중상을 입힌 김레아(26)의 머그샷. 수원지검 제공

이별 통보를 한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그의 모친까지 다치게 한 김레아(26)의 두 번째 공판에서 피해자 어머니가 증인으로 출석해 사건 당시 상황을 전했다.

25일 수원지법 형사14부(재판장 고권홍) 심리로 진행된 김레아의 살인 및 살인미수 공판에서 피해자 A씨(사망 당시 21세) 어머니 B씨(46)가 증인으로 출석해 김레아가 딸과 자신에게 흉기를 휘두른 경위를 설명했다.

B씨는 사건 발생 전날인 지난 3월 24일 딸 몸에 든 멍과 목 부위에 난 손자국을 발견하면서 딸의 데이트폭력 피해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당시 A씨는 김레아로부터 데이트폭력은 물론 신체 사진을 찍혀 협박도 당하고 있었다.

이 상황을 안 다음날 B씨는 딸의 짐을 빼러 딸과 함께 김레아의 오피스텔에 찾아갔다. 당시 딸 A씨와 김레아는 동거하고 있었다. B씨는 사진을 유포하지 않겠다는 내용 등이 담긴 확인서를 들고 김레아가 집에 오기를 기다렸다.

B씨는 “김레아가 저와 딸을 방 안쪽에 앉으라 해서 앉았다. 이후 제가 ‘딸 몸에 있는 멍 자국과 상처들은 어떻게 된 거냐?’고 물으니 갑자기 한숨을 쉬더니 일어나서 싱크대 위에 있던 칼을 잡고 먼저 저와 딸을 찔렀다”며 “경찰에 신고하려 하니 휴대전화를 (발로) 차버렸다”고 진술했다.

이어 “딸이라도 살리려고 김레아가 딸을 따라가지 못하게 그를 잡았는데 김레아가 저의 등과 어깨를 몇 번 찔렀고 저는 정신을 잃게 됐다”며 “이후 눈을 떠보니 도망간 딸을 김레아가 쫓아간 뒤였다. 이후 112에 신고했다”고 덧붙였다.

B씨는 “제 딸이 밖으로 나가려고 하니까 김레아가 딸의 머리를 붙잡고 ‘내 것이 안 되면 죽어야 한다’고 말했다”며 “김레아가 말한 것을 다 기억한다”고 했다.

법정에서는 당시 상황이 녹취된 녹음 파일도 재생됐다. B씨는 법정에서 “김레아가 거짓말을 많이 해 녹음을 했다”고 설명했다.

약 5분 분량 녹음에는 B씨가 김레아에게 폭행에 대해 추궁하고, 이후 김레아가 범행을 저지르며 발생한 소음과 비명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김레아의 범행에 B씨가 딸을 향해 “문 열면 된다. 빨리 가서 열어라”고 외치고 “사람살려”라고 소리치는 목소리도 담겼다.

B씨는 재판부에 “김레아는 제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수사기관에) 거짓 진술한 것으로 안다. 김레아가 하는 말은 하나부터 열까지 거짓말이라는 사실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다.

김레아는 최초 경찰 조사에서 “B씨가 칼을 들고 위협해 대항하는 차원에서 찌른 것”이라고 허위 진술했다가 돌연 자신의 혐의를 인정했다.

이날 김레아는 첫 재판 때와 마찬가지로 마스크를 착용한 채 앞머리를 얼굴 위로 길게 늘어뜨려 얼굴을 가렸다. 그는 공판이 진행되는 내내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가 녹취 파일이 재생되자 눈물을 보였다.

김레아는 지난 3월 25일 오전 9시35분쯤 경기도 화성시 소재 자기 거주지에서 당시 교제 중이던 A씨와 그의 어머니 B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A씨를 살해하고 B씨에게는 최소 전치 10주의 중상을 입게 한 혐의(살인 및 살인미수)로 기소됐다.

김레아는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면서도 사건 당시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며 심신미약을 주장하고 있다. 변호인 측은 법원에 김레아 정신감정을 요청해 정신감정이 진행될 예정이다.

다음 재판 기일은 정신감정 결과가 나온 뒤 정해진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