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헤쳐진 차이나 드림.’
2015년 7월 14일 자로 기자가 중국 현지에서 썼던 기사 제목이다. 기사 요지는 이랬다. 시진핑 정부가 들어선 이후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국토자원부 주도로 ‘전국 불법·편법 골프장 정리정돈 조치’가 대대적으로 실시됐다. 불법, 편법으로 만들어진 골프장을 원래 상태로 복구하는 게 골자였다.
이를 위해 중국 국토자원부는 주무 부서인 연합부서 명의로 66곳의 허가 취소 골프장 리스트를 먼저 발표했다. 그리고 3개월가량 정리정돈 심사를 완료한 뒤 7월 이후에 심사 결과를 토대로 공식 승인 및 폐쇄 조치를 진행한다는 로드맵을 해당 골프장들에 통보했다.
골프장들은 재산권 보호에 대한 일말의 기대를 하고 그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골프장들의 그런 기대는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중국 당국이 예정보다 한 달여 빨리 강제 폐쇄 조치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새벽에 공안의 호위를 받은 공무원 100여명이 포크레인과 덤프트럭 등 중장비를 동원해 마치 군사 작전을 하듯 기습적으로 골프장에 난입, 코스를 싹 갈아엎어 버린 것이다. 그중에는 한국 기업이 투자한 골프장도 4개나 포함됐다.
가장 피해가 컸던 곳이 산둥성 웨이하이시에 있었던 R리조트다. 이 회사는 250억 원에 기존 운영 중이던 골프장을 인수해 운영중이었다. 그리고 100억 원이 추가로 투입된 골프텔 조성 중에 날벼락을 맞았다. 주중 한국 대사관이 중국 당국과 보상을 위한 협상을 시도했으나 결과는 좋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자본주의 경제체제 하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황당한 조치였다. 그런데 행태와 방법에 차이가 있지만 그와 유사한 사례가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어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 정상적으로 운영 중인 골프장에 관할청이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은 이유로 등록 취소 처분을 내린 것이다.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웅동지구(1지구) 내에 ㈜진해오션리조트가(이하 ‘사업자’) 운영 중인 아라미르골프앤리조트(이하 ‘아라미르골프장’)이 당사자다. 관할청인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이하 ‘경자청’)은 이달 16일자로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체육시설법’) 제16조, 제19조, 제32조에 따라 아라미르 골프장에 대한 체육시설업(골프장업) 등록 취소처분을 내렸다.
사업자 측은 체육시설법상 등록취소 사유에 해당하지 않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사업자측 주장은 이렇다. 체육시설법 제19조 제2항은 사업계획을 승인받은 체육시설에 대하여 일정 규모 이상의 시설을 갖추면 나머지 시설을 모두 갖추지 않았더라도, 나머지 시설을 모두 갖출 것을 조건으로 체육시설업 등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예외조항이라는 것이다.
아라미르 골프장은 2017년 8월 최초 체육시설업 등록 당시 18홀 규모의 대중제 골프장으로 등록됐다. 체육시설법 시행규칙 상의 골프장업으로서 요구되는 필수적인 운동·안전·관리시설인 18홀 규모의 골프코스, 클럽하우스, 티하우스, 관리동 등의 시설을 모두 구비한 것이다. 사후에 일부 시설을 추가로 갖출 것을 조건으로 등록이 수리된 게 아니었다.
경자청은 등록 취소 처분 사유 중 하나로 ‘골프장업을 제외한 숙박시설, 휴양문화시설 조성 등의 잔여 사업 미이행’한 점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자측은 처분사유에서 명확히 확인할 수 있듯이 골프장업 이외의 시설에 대한 미이행에 대한 것이므로 숙박시설, 휴양문화시설 등은 체육시설법 제19조 제2항에서 말하는 일정 시설에 해당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경자청은 ‘체육시설업 조건부 등록 시,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이 부과한 등록조건 사항을 이행하지 않은 채로 웅동지구(1지구) 사업 시행 기간(2022년까지)이 종료’한 점을 등록 취소 처분을 내린 또 다른 사유로 제시하고 있다.
이 또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사업자측 주장이다. 웅동지구(1지구) 개발사업 전체가 준공되지 않은 상태에서 골프장만을 우선 사용함에 따라 향후 ‘웅동지구(1지구) 개발사업 준공 시, 준공검사서를 첨부하여 골프장에 대한 본 등록을 이행하여야 함’을 조건으로 하는 조건부 등록을 완료했다고 반박한다.
따라서 사업자측은 체육시설법 제19조 제2항과 관련한 조건부 등록은 사업자와는 무관하며 경자청이 제시한 등록 취소 처분 사유는 체육시설법 제32조 제2항 각호에 한정적으로 열거된 체육시설업 등록취소 사유 중 어느 하나에도 해당하지 않아 취소 처분은 부당하며 위법하다고 주장한다.
경자청은 골프장업을 제외한 숙박시설, 휴양문화시설 조성 등의 잔여 사업 미이행을 사유로 2023년 3월 30일자로 웅동지구(1지구) 개발사업의 개발사업시행자인 창원시와 경남개발공사에 대하여 개발사업시행자 지정 취소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이에 개발사업시행자인 창원시는 해당 처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2023년 12월 14일자로 대법원은 개발사업시행자 지정 취소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을 인용했다. 개발사업시행자 지정 취소 처분은 현재 처분의 효력이 중지된 상태다.
이에 사업자측은 개발사업시행자 지정 취소처분에 대한 본안 소송 역시 현재로서는 소송결과를 예측할 수 없어 개발사업시행자 지정 취소처분이 유효함을 전제로 하여 그 후속조치로서 진행된 골프장에 대한 등록 취소 처분은 당연히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사업자측 한 관계자는 “경제자유구역청장이 체육시설법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장관으로부터 위임받은 체육시설업의 등록과 취소 권한을 일탈·남용하여 골프장을 개발사업시행자 지정 취소처분 취소 소송의 도구로 전락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경자청의 부당하고 적법하지 않은 행정처분에 대응하여 아라미르골프장 소속 직원의 일자리를 지키고 아라미르골프장을 이용하는 고객의 여가·휴양권을 보호하고자 가능한 모든 법적조치를 진행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래싸움에 새우 등터진다는 속담은 딱 이런 경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경자청과 개발사업시행자인 창원시 간의 법적 다툼에 애꿎은 골프장이 피해를 보고 있으니 말이다. 아라미르골프장이 ‘전국 불법·편법 골프장 정리정돈 조치’라는 시진핑 정부의 무도한 행정 조치로 사라져간 골프장들의 전철을 밟지 않길 진심으로 바란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