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는 마음속 보여주는 엑스레이…험담 즐기는 마음부터 버려라

입력 2024-07-25 16:30
‘험담, 그 일상의 언어’ 저자는 혀를 “마음속을 보여주는 엑스레이”라며 “마음이 건강하지 않으면 말도 건강할 수 없다”고 말한다. 사진은 옆 사람과 귓속말을 나누는 모습으로 기사 내용과는 상관없음. 게티이미지뱅크

“당신은 말이 너무 많습니다. 게다가 항상 자기에 대한 말뿐입니다. 다른 사람의 말은 잘 듣지 않는 데다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습니다.”

직장 동료나 선후배가 어느 날 당신에게 이런 말을 전해온다면? 미국 켄터키주 크라이스트펠로십교회에서 담임 목회를 하는 저자는 같은 교회에서 사역하는 선임 부교역자에게 이 말을 들었다. 교회에 부임한 지 1년이 채 안 된 시점이었다. “주 안에서 목사님을 존경하고 사랑한다는 걸 알아달라”는 말과 함께 전달받은 종이엔 해당 부교역자뿐 아니라 여러 성도가 본 그의 문제점이 빼곡했다.

수많은 문제의 핵심은 ‘말’이었다. “뛰어난 사역자이지만 이 한 가지를 해결하지 못하면 사역을 오래 하긴 힘들 것”이란 부교역자의 말에 큰 충격을 받은 저자는 창백한 얼굴로 귀가한다. 그에게 자초지종을 들은 저자의 아내는 “그분 말씀이 맞다”며 연이어 결정타를 날린다.

공동체 구성원 다수가 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이를 아랫사람이 통보해온 상황. 이 아찔한 상황을 단순 험담이 아닌 애정 어린 질타로 받아들이면서 책은 시작한다. 조지아주와 노스캐롤라이나주 등지에서 20년 가까이 신문기자로 일하다 목회자가 된 저자는 이를 계기로 말과 글, 태도 등 자신의 언어생활 전반을 성경에 비춰 돌아본다. 책은 이 탐구 여정에서 발견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SNS를 확인하며 메시지를 확인하는 여성. 사진은 기사 내용과는 상관없음. 게티이미지뱅크

‘혀 길들이기’란 원서 제목처럼 저자가 먼저 주목한 것은 ‘혀의 위력’이다. 현대 사회에서 말 한마디 잘못해 돈과 직장, 권력과 명예를 잃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저자는 대표적 사례로 ‘저스틴 사코 사건’을 든다. 미디어 기업의 홍보 담당 임원이던 저스틴 사코는 2013년 남아프리카공화국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 트위터에 올린 인종차별적 글 때문에 직장을 잃었다. 저자는 이를 보며 말을 다룬 성경 말씀을 떠올린다. “입을 지키는 자는 자기의 생명을 보전하나 입술을 크게 벌리는 자에게는 멸망이 오느니라.”(잠 13:3)

말 한마디에 생명이 오간다는 건 만고불변의 이치지만 기독교는 본디 혀가 ‘양날의 검’으로 쓰인 건 아니라고 본다. 성경은 하나님이 말로 천지를 창조했다고 기록한다. ‘태초의 말’은 선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 뱀의 거짓말에 속아 선악과를 먹음으로써 창조 세계 전체가 죄와 죽음의 저주를 받는다. 그 결과 말에도 이 둘이 스며들어 지금껏 오용됐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문제는 말에 마음이 깃들어 있다는 것이다. 타락한 말은 죄에 물든 마음의 결과다. “말로서 그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다”(마 12:34~35)는 예수의 말을 들어 저자는 혀를 “마음속을 보여주는 엑스레이”라고 정의한다. 그가 “마음이 건강하지 않으면 말도 건강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험담과 모함, 욕설과 불평 등을 ‘죄악 된 말의 9가지 유형’으로 제시한 저자는 험담을 “다른 어떤 영적 질병보다 더 많이 관계를 파괴하고 교회 분열을 일으키는 존재”로 꼽는다. 무엇보다 험담은 타인의 치부를 들추면서 즐기는 행위이기에 더 위험하다고 봤다.

저자는 ‘타인 중심적’인 예수의 대화에서 말을 배우라고 조언한다. 사진은 상대에 말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으로 기사 내용과는 상관없음. 게티이미지뱅크

그렇다면 말을 선용(善用)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타인 중심적’인 예수의 대화에서 배우라고 조언한다. 사마리아 여인이나 제자와의 대화에서 그리스도는 자기 말만 쏟아내기보단 상대 위주의 질문을 던지며 그의 말을 경청했다. 또 은혜로운 말로 상대의 아픔도 위로했다.(고후 1:4) 겸손한 태도와 온유한 어조 및 표정은 말에 생명을 담아내는 데 도움이 된다.

말뿐 아니라 글에도 신중을 기할 것을 권한다. 저자는 SNS에 범람하는 ‘소신 발언’에 대해 대부분 “겸손하거나 현명한 발언이 아니”라며 부정적 견해를 피력한다. 출처나 사실 여부를 검증하는 편집자가 없는 SNS에 완벽한 진실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의미다.


그간의 연구를 종합해 “말하기는 천천히, (SNS) 타이핑은 느리게, 듣는 것은 속히 하라”는 격언을 남긴 저자는 “듣고 쓰고 소통하는 모든 일이 하나님 눈에 항상 기쁨이 되길 기도하자”고 권한다. ‘복음이 해법’이란 예측 가능한 결과를 제시함에도 기독교인의 언어생활에 대한 실용적 대안을 준다는 점에서 유익하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