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진 한인 디아스포라가 한자리에 모여 차세대에게 전할 성경을 훈련·교육받는 콘퍼런스가 열렸다.
성경 속 에즈라와 느헤미야는 바벨론 포로였던 유대인을 고향으로 인도하고 무너진 예루살렘을 재건하는 데 앞장 선 인물이다. 에즈마이야는 에즈라와 느헤미야의 합성어다. 에즈마이야 콘퍼런스는 고국을 세우는 데 앞장선 이들과 같이 전세계 흩어져 있는 한인 디아스포라가 매년 한국으로 돌아와 한국교회를 살리기 위해 성경교육을 받고 영성훈련받는 캠프다. 올해로 18년이 된 이번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15개국에서 온 60명의 한인 디아스포라가 24일 경기 수원 합동신학대(총장 김학유)에 모였다.
부모 세대에 의해 해외로 나가 출생하고 성장한 한인 디아스포라 2세는 한쪽 정체성을 갖기 어려워 혼란을 겪는다. 이솔(28) 에즈마이야 유럽 본부장은 “한인 2세들은 한인 교회에 출석하면서도 이곳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자신의 사명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 역시 영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이다. 그는 “에즈라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말씀을 가르치면서 자신의 소명을 찾은 것처럼 하나님 말씀을 공부하면서 내가 어떤 사명을 갖는지 찾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인 디아스포라들이 이곳에서 훈련받으며 환경적 약점이 언어적 문화적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강점임을 인식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 본부장처럼 경계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 디아스포라가 많다. 이들은 자신 정체성에 대한 해답을 특정 국가가 아닌 하늘에서 찾았다. 6살 때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에 이민을 간 뒤 그곳에서 성장한 조예원(20)씨는 “정체성 혼란이 올 때 미국이냐 한국이냐에서 정체성을 찾기보다는 하나님 나라에 속한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혼란을 넘어갔다”고 고백했다.
이집트 선교사 부모님에 의해 17년째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 사는 안현지(18)양은 “선교사인 어머니께서 “네가 속한 곳은 한국이나 이집트가 아닌 하나님 나라다”라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기독교인 비율이 10%에 불과하며 그중에서도 90%는 콥트 정교회인 이집트에서 개신교는 가난하고 소외된 종교다. 안양은 “다수의 이집트 기독교인들은 종교 난민처럼 산다”며 “이곳에서 훈련하며 신기하게도 이집트에 대한 애정이 생겼다. 한국교회와 함께 이집트를 살리고 싶다는 마음을 주셨다”고 밝혔다.
에즈마이야 콘퍼런스 참가자들이 공통으로 관심 갖는 사역이 북한 선교라는 것은 주목할만하다. 김일신 플란팅 디렉터는 “에즈마이야 사역 끝점은 북한이다. 콘퍼런스 마지막 날에 비무장지대(DMZ)로 들어가는 이유도 같다”며 “다양한 나라의 아이들이 의사 정치인 목사 어떤 인재로든 북한에 복음을 전할 수 있도록 기도한다”고 얘기했다. 이 본부장은 현재 영국 소아즈 런던대에서 북한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자 공부하고 있다. 부모님 고향인 한국에 관심을 갖고 있던 조씨는 이민자라는 약점이 북한선교에 유리하게 사용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미국 등 다른 국가 시민권을 가진 디아스포라는 북한 선교를 하는 것에 더 유리하다”며 “문화차이를 경험해 본 이민자는 북한 내에서 겪는 문화 차이 역시 극복하기 수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22일부터 진행된 이번 콘퍼런스의 참가자들은 닷새간의 일정을 마친 후 서울 강원도 부산 전남 등 전국 14개 지역교회에 7개 팀으로 흩어져 영어성경캠프를 진행한다. 에즈마이야 운동 대표 이순근 목사는 “한국 농어촌 교회와 한인 이민자들을 세우기 위해 시작한 사역을 주님께서 세계 다음세대를 세우는 선교로 확장하셨다”고 했다.
수원=글·사진 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