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별점 5점인데 맛없더라니… 리뷰어 65% “이벤트였다”

입력 2024-07-24 15:38
배달앱 3사 스티커가 붙어있는 서울 강서구의 한 음식점 앞. 뉴시스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 배달 플랫폼 이용자가 작성한 별점 리뷰 상당수가 추가 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 쓴 이벤트 참여 글인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자들이 ‘배달앱’에서 식당이나 메뉴를 선택할 때 참고하는 리뷰가 왜곡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실제와 다르게 악평을 쓰는 악의적 리뷰에 대한 차단 기준도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비스 받으려 쓴 리뷰들… 작성자도 불신

한국소비자원은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쿠팡이츠 등 배달 플랫폼 3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리뷰 운영 실태와 소비자 인식 조사 결과를 23일 발표했다.

최근 1년 이내 배달 플랫폼을 이용한 소비자 1000명 중 리뷰를 작성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77.3%(773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65.2%(504명)가 ‘리뷰 이벤트 참여’를 리뷰 작성 이유로 꼽았다.

리뷰이벤트 참여자 중 79.6%(401명)가 ‘이벤트 참여가 음식점 리뷰 평점(별점)에 영향을 줬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실제 품질이나 서비스보다 높게 평가했다’고 답한 이들이 무려 98.3%(394명)나 됐다.

리뷰이벤트 참여자 중 ‘이벤트 참여가 음식점 리뷰 평점(별점)에 영향을 줬다’고 답한 이들은 79.6%에 달했다. 한국소비자원 제공

리뷰 이벤트는 주로 손님이 주문한 음식을 먹고 리뷰를 남길 것을 약속하면 음식점 측에서 약간의 서비스 상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배달 플랫폼 이용 시 리뷰를 기준으로 가게를 선정하는 소비자가 많기 때문에 최근 이러한 리뷰 이벤트를 진행하는 음식점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번 조사에서도 배달 플랫폼 3사에 입점한 음식점 중 67.1%(161곳)가 리뷰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리뷰 이벤트를 진행하는 음식점 중 이벤트 참여 사실을 공개한 리뷰가 있는 음식점은 2.5%인 4곳에 불과했다. 많은 음식점가 평점에 대한 객관성을 잃은 상황에서 리뷰를 신뢰하기 어렵다고 소비자들은 평가한다.

이번 설문에 참여한 이들 중 63%(630명)가 현행 배달 플랫폼의 별점 기반 리뷰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리뷰 이벤트에 참여해 본 경험이 있는 최아영(22)씨는 “이벤트 참여 시 무조건 맛있다고 리뷰를 남기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다른 리뷰들을 봤을 때 정말 맛있어서 리뷰를 좋게 남긴 건지 의심될 때가 있다”고 말했다.

배달 플랫폼을 자주 이용하는 정시연(23)씨도 “대부분 음식점에서 서비스를 대가로 별점 5점을 부탁하기 때문에 서비스를 받는 입장에서 5점을 줄 수밖에 없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악성 리뷰 차단하면서 작성 원칙 안내는 미흡

2021년~2023년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배달 플랫폼의 리뷰 관련 소비자 불만은 모두 411건으로 집계됐다. 뉴시스

2021년~2023년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배달 플랫폼의 리뷰 관련 소비자 불만은 모두 411건이었다. 소비자상담센터는 한국소비자원과 10여개 소비자단체, 16개 광역시·도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운영한다.

리뷰 관련 불만 유형은 리뷰나 계정을 차단하는 배달 플랫폼의 ‘약관 불만’이 58.6%(241건)로 1위로 꼽혔다. 이어 ‘사업자의 폭언 또는 협박’(19.5%), ‘리뷰 삭제 요구’(8.0%) 등 순으로 집계됐다.

현재 배달 플랫폼 3사는 정보통신망법을 근거로 권리침해를 주장하는 사업자가 그 사실을 소명해 삭제를 요청하면 고객 후기를 임의로 삭제하는 등 임시 조치를 하고 있다.

이 조치는 권리침해 정보의 특성상 사업자가 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거나 이해당사자 간 다툼이 예상되는 경우 임시로 접근을 차단하는 제도다. 악성 리뷰 등을 관리해 입점사업자의 피해를 방지할 수 있지만 음식 품질이나 배달에 관한 솔직한 평가까지 차단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조사 결과 배달 플랫폼 3사의 리뷰 작성 원칙 안내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요기요와 쿠팡이츠는 리뷰를 작성하는 화면에 주의사항을 안내하지 않았다. 배달의민족은 화면 하단에 안내하는 데 그쳤다.

소비자원 측은 “모든 소비자가 약관을 확인하고 리뷰를 작성하지는 않는다”며 “리뷰 작성 전 주의사항을 확인할 수 있도록 리뷰 작성 화면 상단에서 안내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지적했다.

소비자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배달 플랫폼에 이용자가 작성한 후기 수정이 가능하도록 시스템 개선, 별점 기반 리뷰 시스템 개선, 리뷰 이벤트 참여 후 작성한 후기의 이벤트 참여 사실 표시 등을 권고할 예정이다.

황민주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