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연패 신화의 출발 ‘신궁’ 김수녕 “경험 부족? 걱정 말라…전 종목 석권 가능”

입력 2024-07-24 15:03
한국 양궁계의 살아 있는 전설 김수녕이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사옥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최현규 기자

한국 올림픽 역사상 첫 4관왕에 빛나는 ‘신궁’(神弓) 김수녕(53)은 88 서울올림픽 여자 개인전과 단체전 동시 우승을 일구면서 9연패 신화의 서막을 열었다. 이어 92 바르셀로나올림픽 단체전 우승을 이끌었다. 은퇴 후 6년여의 공백을 극복하고 복귀한 2000 시드니올림픽에서 또다시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자 양궁은 단체전이 첫선을 보인 서울 대회부터 2020 도쿄올림픽까지 9번 내리 우승했다. 이번 2024 파리올림픽에서 우승하면 10연패의 대업을 달성한다. 9개의 단체전 금메달 중 3개를 거머쥔 김수녕을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사옥에서 만났다.

김수녕은 고1이던 87년 국가대표로 선발돼 92년까지 태릉선수촌에서 생활했다. 이 사이 두 번의 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와 은메달 1개를 땄다. 93년 돌연 은퇴했다. 그의 나이 만 22세, 대학교 3학년 때였다. 김수녕은 “5년 넘는 선수촌 생활이 너무 힘들었다. 매일 같이 훈련하면서 어린 나이에 버티기 어려웠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2000 시드니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왼쪽부터) 윤미진, 김남순, 김수녕이 환하게 웃고 있다. 국민일보DB

99년 다시 활을 잡았다. 공백기 동안 결혼하고 1남 1녀를 낳았다. 6년 만에 나간 대표 선발전에서 10등을 했다. 이듬해 열린 시드니 대회 대표 선발전에서 3등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윤미진, 김남순과 함께 단체전 4연패를 달성했다. 개인전에선 동메달을 땄다. 신궁은 나이 들어도 녹슬지 않는다는 걸 증명했다.

한국 양궁계의 살아 있는 전설 김수녕이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사옥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최현규 기자

김수녕은 올림픽에 처음 출전하는 여자 대표팀에 대한 경험 부족 우려에 대해 기우라고 일축했다. 그는 “경험은 88년이 더 없었다. 여자 대표팀 3명 중 고2가 2명(김수녕 윤영숙)이었고 나머지 1명(왕희경)은 고3이었다”면서 “요즘엔 월드컵 등 국제대회가 많다. 선수들 경험은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수녕은 개인전이든 단체전이든 승부처는 8강전이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경험에서 나온 ‘촉’이다. “바르셀로나 때 단체전 8강 상대가 스웨덴이었어요. 당시 270점 만점에 240-240 동점으로 연장전에 돌입했죠. 3명의 선수가 1발씩 남겨뒀어요. 양팀 첫 선수가 나란히 8점을 쐈고, 두 번째 선수들이 9점을 맞췄어요. 동점 상황에서 제가 마지막 사수로 나섰고 10점을 쏘면서 경기를 끝냈어요. 프랑스와 4강전, 중국과의 결승전은 오히려 손쉽게 이겼고요.”

2024 파리올림픽에 출전하는 양궁 남자 대표팀 이우석, 김우진, 김제덕이 2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 마련된 양궁 랭킹 라운드 경기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연합뉴스

8강에서 졌다면 9연패도 지금 10연패를 바라볼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김수녕은 “2004 아테네 대회 여자 단체 결승전도 한국이 중국을 1점 차이(241-240)로 이겼다”며 “위기는 항상 있었다. 결승에 앞선 경기들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4 파리올림픽에 출전하는 양궁 여자 대표팀 전훈영, 남수현, 임시현이 2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 마련된 양궁 랭킹 라운드 경기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양궁 선수단은 25일 남녀 개인 랭킹 라운드에 나서며 올림픽 전 종목 석권을 위한 여정에 돌입한다. 여자부 임시현(한국체대), 전훈영(인천시청), 남수현(순천시청), 남자부 김우진(청주시청), 김제덕(예천군청), 이우석(코오롱) 태극 궁사들이 활시위를 당긴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