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초년생 15억 빼돌린 전세사기… 판사는 징역 5년 ‘선처’

입력 2024-07-23 16:26
전세 사기 피해 대구대책위원회 등이 23일 대구지방법원 앞에서 전세 사기범 엄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를 상대로 15억원의 전세보증금을 빼돌린 임대인이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이 징역 7년을 구형하고 피해자들이 엄벌을 호소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법 형사1단독(재판장 박성인 부장판사)은 이날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47)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18년 12월부터 2022년 9월까지 대구 북구에 자기 자본 없이 다세대 주택을 지은 뒤 17가구(39명)로부터 전세 보증금 15억50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전세사기 과정에서 ‘신탁사’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을 짓는 과정에서 채무 담보를 위하 신탁사에 소유권을 넘긴 뒤 전세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현행법상 부동산등기부등본에 신탁회사 소유로 등기된 부동산은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때 반드시 신탁회사와 우선수익자(금융기관) 등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신탁 관련 법리에 익숙하지 않은 신혼부부와 20·30대 청년층은 이 같은 사실을 모르고 A씨와 불법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검찰은 지난 9일 열린 1심 결심 공판에서 피고인 A씨가 반성하지 않는 점 등을 언급하며 징역 7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은 오랜 기간 불특정 다수 피해자를 상대로 반복적으로 범행을 저질렀고 피해 회복도 되지 않았다”면서도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법원의 선처에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울분을 토했다.

전세 사기 피해 대구대책위원회 등은 이날 대구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차보증금뿐만 아니라 삶에 대한 희망까지 빼앗긴 피해자들 일상 회복을 위해 가해 임대인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며 “정부와 국회에 전세 사기 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법 개정을 다시 한번 요구한다”고 밝혔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