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보고→또 회의에 구호 골든타임 놓칠라” 예장통합 재난 지침 개정

입력 2024-07-23 14:44
많은 비가 내린 지난 22일 오후 강원 철원군 갈말읍의 한 도로에서 승용차가 갑자기 불어난 빗물에 침수되는 피해가 발생해 구조대가 차량을 이동 조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4월 강원도 강릉 지역에 산불이 덮쳤다. 교회 성도 가정과 사업장 10여곳이 파손됐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총회장 김의식 목사) 강원동노회가 나섰다. 노회는 상황을 파악하고 피해 범위에 따라 100~200만원 상당의 지원금을 전달하는 등 긴급 구호에 앞장섰다. 미리 노회에 ‘재난대책위원회’를 구성했기에 가능했다.

이전까지는 재난이 발생하면 노회가 총회에 보고한 뒤 총회가 모금 운동을 펼쳐 후원금을 전달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이런 절차로는 지원금이 전달되는 데 빨라도 두 달 정도 걸린다. 노회 관계자는 “피해 교인과 주민들은 한시가 급한 상황인데 마냥 총회의 도움을 기다릴 수는 없어 재난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며 “즉각적인 물품과 지원금 전달이 가능해 도움이 됐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예장통합이 강원동노회 사례를 바탕으로 각 노회에 재난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국내재난구호지침서’를 마련했다고 23일 밝혔다. 재난 대응을 총회 이전에 교회와 노회가 먼저 맡아 발 빠른 대응을 하도록 만든 것이다. 지침에 따르면 노회는 재난 발생 시 재난대책위원회를 통해 봉사단을 조직하고 구호 활동 및 지원금 지급 등에 곧바로 나설 수 있다.

개정집필위원장 강석훈(속초중앙교회) 목사는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기후 변화로 인해 이제 일부 지역이 아닌 전국이 재난 위험 지역이 됐다”며 “개정안은 급박한 재난 상황에서 복잡한 절차를 최소화해 피해 복구에 빠르게 나서자는 의미다. 교회가 매뉴얼대로 대응하면 피해 교인들은 물론 지역의 아픔을 품는 모범을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새로 바뀐 지침에서는 지역마다 거점교회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도시마다 지방자치단체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중대형교회들이 피해 상황 파악, 지원금과 물품 배분, 자원봉사자 교통정리 등 전체 활동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로 활약한다.

강 목사는 “가장 현장 상황을 잘 아는 거점교회가 중심을 잡게 되면 중복 지원 같은 폐해를 막을 수 있다”며 “이번 지침을 통해 총회가 피해 지역의 복구를 효율적으로 돕는 모범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침서는 오는 25일 실행위원회를 거쳐 총회 정책 문서로 채택될 예정이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