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SM엔터) 인수 과정에서 이 회사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는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23일 발부됐다. 시세 조종 혐의의 윗선을 겨눈 검찰 수사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서울남부지법 한정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새벽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으며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엔터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엔터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격인 12만원보다 높게 설정해 놓으려는 목적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를 받는다.
김 위원장 신병을 확보한 검찰은 SM엔터 주식 매수 과정에서 김 위원장이 구체적인 지시를 내렸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확인할 방침이다.
검찰은 카카오가 지난해 2월 16∼17일, 27∼28일 등 모두 4일에 걸쳐 사모펀드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함께 약 2400억원을 들여 553차례 SM엔터 주식을 고가에 매수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했다.
다만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2월 28일 하루의 시세조종 혐의만 김 위원장에게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9일 김 위원장을 비공개로 소환해 20시간가량 조사한 뒤 17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은 이날 오후 2시30분쯤부터 6시까지 진행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 장대규 부장검사를 포함한 수사팀 검사 4명은 200쪽 분량의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제시하며 구속수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 측 법무법인 세종과 전주지법원장을 지낸 한승 변호사 등은 김 위원장이 SM엔터 주식 매수 방식 등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증거 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없다고 강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SM엔터 주식을 장내 매수하겠다는 안건을 보고받고 승인한 점을 인정하면서도 매수 방식 등에 대해선 보고받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그는 구속영장 청구 다음 날인 지난 18일 카카오 임시 그룹협의회에서 “현재 받는 혐의는 사실이 아니다. 어떤 불법 행위도 지시하거나 용인한 적 없는 만큼 결국 사실이 밝혀지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는 지난해 10~11월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이 김 위원장 등 카카오 경영진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기면서 시작됐다. 검찰은 경기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에 있는 카카오그룹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카카오 측과 공모한 혐의로 지난 4월 구속기소된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 지모씨는 전날 보석으로 석방됐다.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도 지난해 11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됐다가 지난 3월 보석으로 풀려나 재판을 받고 있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