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스타트업 투자 시장의 판세는 ‘부익부 빈익빈’이다. 인공지능(AI) 기술 분야는 5000억원이 넘는 투자를 유치했다. 이 기간 콘텐츠 분야 스타트업에 이뤄진 투자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6% 급감했다. 이처럼 양극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22일 스타트업 투자 플랫폼 ‘더브이씨’는 최근 ‘2024 상반기 한국 스타트업 투자 브리핑’을 발표했다. 올해 상반기(1~6월) 스타트업 투자 건수와 투자 금액은 각각 497건, 2조6461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731건, 3조288억원을 유치했었으나 투자건수와 액수는 32%, 19.5% 줄었다.
스타트업 투자 상황이 좋지 않음에도 100억원 이상의 ‘빅딜’ 투자는 오히려 상승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86건이었으나, 올해는 93건으로 늘었다. 상반기 투자 전체건수 497건 중 18.7%를 차지했다. 유치 금액으로 놓고 보면 2조820억원으로 전체 투자 금액의 78.6%를 차지했다.
기술별로 살펴보면 AI 관련 투자가 92건 달했다. 상반기 투자 가운데 가장 많은 투자가 AI에 몰린 것이다. 투자 금액은 5230억7000만원이었다. 그러나 투자 혹한기 기간 상대적으로 선전해 온 콘텐츠 분야의 투자 건수와 금액 모두 20개 분야 중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상반기 콘텐츠 분야 투자 건수는 2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3% 줄어들었다. 투자 금액은 19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6% 급감했다. 투자 건수와 투자 금액 모두 상반기 투자 건수 10건 이상이었던 20개 분야 중 가장 큰 감소 폭을 기록했다.
분야별로 가장 많이 투자가 이뤄진 곳은 바이오·헬스케어 분야였다. 올해 상반기 투자 건수는 91건이다. 투자 금액은 5429억원이다. 바이오·헬스케어와 엔터프라이즈의 뒤를 이은 분야는 반도체·디스플레이가 2798억원, 환경·에너지가 1917억원, 자동차가 1513억원 등 순이었다.
상반기 중 가장 많은 투자금을 유치한 스타트업은 AI 최적화 시스템 반도체 생산 스타트업인 ‘딥엑스’였다. 딥엑스는 지난 4월 시리즈C 펀딩으로 1100억원을 유치해 1위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중고거래 서비스 ‘번개장터’가 1월 시리즈B 펀딩으로 800억원을 유치했다. 이외에 온라인 숙박․가이드 예약 서비스 ‘마이리얼트립’이 756억원, 대형 영상 언어 생성모델을 연구하는 ‘트웰브랩스’가 700억원을 끌어모았다. VC관계자는 “AI 붐이 일어났던 지난해와는 달리 AI를 활용한 스타트업들이 투자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