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전 의료나눔 기억해 한국과 인연 맺은 베트남인

입력 2024-07-22 18:38 수정 2024-07-22 18:39
지난 4일 부천세종병원을 찾은 응우옌 티 짜장(가운데)씨가 어릴 적 주치의 김수진(왼쪽) 과장, 집도의 이창하 진료부원장과 17년 만에 재회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부천세종병원 제공

“17년 만에 뵙습니다. 덕분에 새 삶을 얻고 한국과 인연을 계속하게 됐습니다.”

부천세종병원에 반가운 베트남 국적 손님이 찾아왔다. 주인공은 응우옌 티 짜장(22·여)씨로 어릴 적 선천성 심장병 치료를 받았던 것에 감사 인사를 하고자 지난 4일 부천세종병원을 방문했다.

태어나서부터 좌심방과 우심방 사이 벽에 구멍이 있던 그는 2007년 의료나눔을 통해 부천세종병원에서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열악했던 베트남의 의료 기술과 경제적 어려움 탓에 수술을 받지 못하던 티 짜장씨는 선의의료재단, 여의도순복음교회, 부천세종병원의 도움으로 결국 새 삶을 찾았다.

당시 맺은 고마운 인연은 티 짜장씨의 진로 선택에도 영향을 미쳐 현재 국립 강릉원주대학교 경영학과에서 신입생으로 공부를 이어가고 있다.

17년 만에 찾은 부천세종병원은 티 짜장 씨에게는 반가움 그 자체였다. 부천세종병원이 마련한 병원 투어에서 그는 자신이 입원했던 병동 위치를 보며 어릴 적 기억을 떠올리기도 했다. 자신처럼 의료나눔으로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인 에티오피아 국적 아동 환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는 자신의 추억을 소개하고 응원했다.

주치의였던 김수진 과장(소아청소년과)과 집도의였던 이창하 진료부원장(심장혈관흉부외과)과 재회한 자리에서는 반갑고 고마움에 참아왔던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이어 김 과장은 티 짜장 씨의 현재 심장 상태를 확인하고자 따로 시간을 내 심초음파 검사 등 외래 진료를 진행했다.

이 부원장은 티 짜장 씨의 손을 꼭 잡으며 “선천성 심장병을 가졌던 작은 아이가 치료 받고 이렇게 커서 다시 한국에 공부하러 왔다”며 “이것이 바로 내가 수술을 하는 큰 이유고 기쁨”이라고 말했다. 김 과장은 “다섯 살 꼬마가 어엿한 숙녀가 됐다”며 “건강하게 자라줘서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티 짜장 씨는 22일 “많은 분의 도움으로 어릴 적 이국땅에서 새 삶을 찾게 됐다”며 “고마운 나라 한국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일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부천=김민 기자 ki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