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도 때론 쉬어야 새 힘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목사의 쉼은 유독 민감하게 받아들여 진다. ‘목사가 주일에 쉰다는 게 말이 되냐’는 인식도 이런 여론이 만들어지는 데 한몫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목사들은 며칠 휴가를 가는 것도 교인들 눈치가 보인다. ‘안식월’이나 ‘안식년’을 쓰겠다고 말하는 건 더욱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일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목사의 쉼이 사치라고?
새벽기도를 비롯해 수요·금요기도회와 주일 2~3 차례 설교가 기본적인 목사의 사역이다. 여기에 심방과 장례 집례 등이 더해진다. 수시로 교인들의 상담 신청 전화도 온다. 시골교회 목사들은 농번기에 마을 농사까지 돕는다.
김동호 높은뜻연합선교회 목사는 22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97년 교회 건축 중에 첫 안식년을 가졌는데 ‘나 없어도 교회가 잘 된다’라는 공동체의 신뢰 속에서 1년의 쉼을 가졌다”면서 “안식년의 유익은 두 말할 필요없이 크고 이 기간 교회도 성숙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소개했다.
김 목사는 “공백이 결국 창조적 사역으로 이어진다”면서 “현재 높은뜻연합선교회 산하 교회들은 모두 정관에 목사 안식년을 넣어 쉬도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목회자 5명 가운데 1명은 무기력증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목회데이터연구소가 목회자 7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목회자들은 ‘무기력하다(21.2%)‘ ‘답답하다(16.5%)’ ‘피곤하다(15.9%)’고 답했다. 반면 ‘즐겁다(2.8%)’거나 ‘보람을 느낀다(4.4%)’는 답변은 각각 5%를 넘지 못했다.
‘쉼’을 명문화하자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 순천노회(노회장 박병준 목사)는 ‘단독 목회자 안식월 제도’를 명문화했다. 단독 목회자란 부교역자 없이 담임목사 혼자 목회하는 경우를 말한다.
2021년 신설된 제도를 통해 그동안 24명의 목회자가 한 달 동안의 쉼을 얻었다. 노회는 선정된 목사에게 개인 여비도 지급한다. 휴가 기간 중 설교할 목사도 임시로 파송한다. 주로 노회 소속 은퇴목사나 기관목사 등이 대신 강단을 지키는데 노회는 이들에게도 사례를 한다.
박해윤 동행교회 목사도 이 제도를 통해 급한 병원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박 목사는 “지방의 단독 목회자는 교회를 비우는 게 구조적으로 쉽질 않다”면서 “나만해도 교회 물탱크 수리하는데 올라갔다가 미끄러지면서 얼굴을 다쳤는데 이 안식월 제도를 통해 병원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박 목사는 “우리 노회처럼 제도를 만들면 교회에 설명하기도 좋고 심지어 노회가 예산까지 지원해 주니 일거양득”라면서 “결국 이런 쉼을 통해 목사가 회복하면 교인들이 혜택을 보게 된다. 널리 확산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기용 신길교회 목사도 최근 국민일보 자문위원회에 참석해 “신문에 ‘목회자의 안식년과 안식월’에 대한 기사가 나간 뒤 실제 목회자의 쉼에 대한 여론이 바뀌는 걸 느끼고 있다”면서 “기회가 닿으면 총회에서 입법 제안도 하고 싶다”고 하면서 제도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