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정하신 구원의 방법을 멸시하는 일부 사람들의 불경건한 말을 무시하십시오. 그들은 ‘만일 구원이 예정돼 있다면 성경을 공부하거나 기도하지 않더라도 구원받을 수 있다’고 지껄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이 예정하시고 부르신 사람은 이런 신성모독을 하지 않습니다. 이들은 하나님을 시험하려 하기보다 순종하려고 힘쓸 겁니다.”
종교적 권리와 교육의 기회가 제한된 16세기, 이 같은 구원론을 밝힌 이는 여성이었다.
박경수 장로회신학대 교수는 22일 새 논문을 발표하면서 이탈리아 성서인문학자인 ‘올림피아 풀비아 모라타’(1526~1555)가 1554년 8월 8일 하이델베르크에서 체루비나 오르시니에게 보낸 위 편지를 소개했다. 그는 “여성이 남성을 가르치는 일이 금지됐던 시대에 젊은 여성 올림피아는 나이 많은 남자 설교자를 견책하기도 했다”며 “그는 성경 연구에 매진한 성경학자이자 삶의 고난 속에서 경건의 깊이와 높이와 넓이를 키운 프로테스탄트 개혁자였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남성 종교개혁자에 치중한 종교개혁사 연구가 남성중심의 종교개혁사로 이어졌다”며 “종교개혁사에서 묻혀왔던 여성들에게 관심을 가질 때 종교개혁 연구의 균형을 되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올림피아는 칼뱅의 이사야 주석을 공부한 뒤 아버지의 친구인 첼리오 세콘도 쿠리오네에게 칼뱅의 예레미야 주석을 구해달라고 편지했다. 루터주의자인 마티아스 플라키우스 일리리쿠스에게 편지를 보내 루터의 교리문답을 이탈리아어로 번역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며 “그가 지인들과 나눈 편지를 통해 우리는 한 여성 교사이자 개혁자가 16세기 격동의 시대를 어떻게 살아냈는지 가늠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박 교수의 논문 발표는 한국칼빈학회(회장 장훈태 교수)가 서울 서초구 백석비전센터에서 연 제3차 정례발표회에서 진행됐다.
‘칼빈의 신앙과 성례’를 주제로 열린 이날 정례발표회에서 류성민(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최민호(아신대학교) 교수는 각각 ‘교회의 일치와 성찬 문제’ ‘학성 한철하 박사의 기독교강요 해설’을 주제로 발표했다. 학회는 오는 10월 21일 같은 장소에서 ‘칼빈의 성경론’을 주제로 제4차 정례발표회를 연다.
글·사진=이현성 기자 sa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