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경합하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후보직을 사퇴했다. 아직 금융시장에서 즉각적인 반응이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승패를 가늠할 수 있는 시점까지는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21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는 것이 내 의도였으나 (후보에서) 물러나서 남은 임기 동안 대통령으로의 의무를 다하는 데만 집중하는 것이 당과 국가에 최선의 이익이라고 믿는다”며 민주당 대선 후보직에서 사퇴한다고 밝혔다. 11월 대선을 불과 107일 앞둔 시점이다.
초유의 사태에도 금융시장은 아직 민감한 반응을 보이진 않고 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오전 미국 주요 지수인 S&P500, 나스닥100, 다우존스산업지수 등 선물거래가는 0.1% 상승하는 데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주요 대형주들의 데이마켓 주가 변동도 크지 않다. 오전 10시50분 현재 엔비디아는 117.94달러에서 보합 중이고, 테슬라(+1.30%) 애플(+0.30%) 마이크로소프트(+0.20%) 등도 변동 폭이 크지 않다. 다만 트럼프 미디어&테크놀로지 그룹은 전 거래일 대비 7.1% 오른 37.48달러에 거래 중이다.
전문가들은 바이든 사퇴가 금융시장에 당장 미칠 영향보다는 잠재적으로 확대될 불확실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제까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에 승리할 확률이 높다고 여겨졌는데, 이 구도가 트럼프 전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의 대결로 바뀌면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바이든의 지명을 깨고 해리스 부통령 대신 새 후보를 내세울 가능성도 있다.
자산관리업체 윈캡파이낸셜의 미카엘 콜린스 최고경영자(CEO)는 “투자자들은 민주당의 차기 대선 후보가 누가 되는지에 따라 다르게 반응할 수 있다”며 “새 후보가 경제와 시장에 대해 어떤 정책을 제시하는지도 주요 변수”라고 설명했다.
한편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한국 등 아시아 증시는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와 중국 대출우대금리(LPR) 인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에서 LPR은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지표다. 현재 코스피는 1.37% 내린 2757포인트, 코스닥은 2.19% 내린 810포인트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일본 닛케이는 0.78% 내린 3만9753포인트, 홍콩 항셍지수는 0.50% 내린 1만7332포인트에 거래 중이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까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다는 전제하에 시장 포트폴리오가 변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며 “9월 10일에 있을 후보자 토론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더 잘할 가능성도 있다. 과거와 비교해서 불확실성 기간이 길어지며 기간 조정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